소식통 "보위부, 주민들에 '탈북자 가족 양심선언해라' 강요"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최근 북한 당국이 한국에서 송금받은 탈북자 가족에게 "돈을 바치고 자수하면 풀어준다", "그렇지 않으면 엄벌에 처한다"며 회유와 협박을 동시에 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내부 소식통들을 인용해 "북한 국가보위성이 인민반회의를 직접 소집해 한국과 연계돼 돈을 받은 주민들에게 '불법송금으로 받은 돈을 보위당국에 바치고 자수하면 선처하겠지만 끝내 숨기면 엄벌에 처한다'며 회유와 협박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6월 만수대 기념비에 방문한 북한 주민들 [사진=로이터 뉴스핌]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
탈북민들은 앞서 1990년대 중반부터 북한에 남겨진 가족들에게 대북송금을 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중국 화교와 북한 내 브로커들에게 10~30%의 수수료를 주고 나머지 돈을 보내는 방식이었다.
한국의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2019년에 실시한 '북한이탈주민 경제사회통합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414명의 탈북자 가운데 62%는 한 차례 이상 대북송금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북송금 경험자 256명이 한국에 정착한 뒤 북한으로 보낸 누적 송금액은 23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대북송금은 적대국인 한국에서 들어오는 돈이라며 북한에서 금기시되는데, 북한 보위원들은 그간 탈북민 가족이 송금을 받으면 이들을 찾아가 송금받은 것을 문제삼지 않는 조건으로 일정액의 뇌물을 받고 이같은 사실을 숨겨주곤 한 것으로 전해졌다.
[판문점=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북측 군인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이와 관련해 함경북도 무산군의 한 주민 소식통은 "지난주 무산군 삼봉노동자구에서는 지역담당 보위지도원이 직접 주민세대별 인민반회의를 주관해서 '이달 말 까지 한국에서 송금해준 돈을 받은 주민들은 모두 보위부에 자수해야 한다. 해당 기간내에 국정원과 연계되거나 탈북가족으로부터 더러운 돈을 받은 자들이 자수하지 않을 경우 엄중한 법적 처벌을 받게 된다'고 엄포를 놨다"고 귀띔했다.
소식통은 이어 "무산군 보위부는 이미 한국과 연계된 탈북자 가족 등 누가 어떤 돈을 얼마나 받고 있는지 다 장악(파악)하고 있다며 협박과 공갈을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아울러 "제절로(스스로) 보위부에 찾아와 한국에서 받은 돈을 보위부에 바치고 자수하는 주민들은 과거행적과 상관없이 용서해주겠다는 회유도 늘어놨다"며 "보위부의 협박과 회유에 대부분의 주민들은 콧방귀도 끼지 않고 있지만 일부 고지식한 탈북민 가족중에는 보위부를 찾아가 자수하는 사람들도 나타나고 있다"고 부연했다.
지난 6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탈북자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최고존엄을 모욕한 행위"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한 이후부터 국가보위성은 각 지역마다 숨겨진 탈북가족을 색출하는 등 공포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불법적으로 송금을 받은 사람은 돈을 바치고 자수하라는 내용의 주민회의를 소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함경북도 회령시의 주민소식통도 "회령시 성천동에서는 지역담당 보위지도원이 인민반회의를 열고 탈북자 가족들은 양심선언을 하라고 강요했다"며 "그 양심선언이라는 게 한국에서 보낸 돈을 받았으니 돈을 보위부에 바치고 자수하라는 게 핵심내용이다"라고 언급했다.
소식통은 또 "주민들은 코로나19 사태로 국경이 막히면서 밀수꾼의 뒤를 봐주며 돈을 받아먹던 보위부가 돈이 궁하게 되니 양심선언 운운하며 탈북자 가족들로부터 돈을 뺏어낼 궁리를 하고 있다며 비난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두 달 전에는 주민집회를 조직하고 탈북자 쓰레기를 찢어죽이라며 선동하던 보위부가 지금은 운영자금이 떨어졌는지 결국 탈북가족들에게 자수하고 현금을 바치면 용서해주겠다는 것 아니냐"면서 보위당국을 비난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