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브로드웨이 42번가'가 더욱 강력해진 쇼와 감동으로 돌아왔다. 특별히 코로나19로 어려운 공연계 현실을 녹여낸 스토리로 희망을 전한다.
현재 샤롯데씨어터에서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가 공연 중이다. 지난 2018년 이후 2년 만에 돌아온 이번 공연에는 역대 최고의 캐스트들이 모두 모였다. 이종혁, 송일국, 양준모, 최정원, 배해선, 정영주, 전수경, 홍지민, 오소연, 김환희, 정민, 서경수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완벽한 합을 매일 무대에서 만난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공연 장면 [사진=샘컴퍼니] 2020.07.03 jyyang@newspim.com |
◆ 해고가 일상이던 대공황 시대…현재와 닮은 공연계 현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1980년 뉴욕에서 초연 이후 5000회 이상 공연, 토니상 최우수 작품상과 안무상을 수상한 초특급 흥행작이다. 1930년대 뉴욕 브로드웨이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에는 최고의 흥행 공연제작자 줄리안 마쉬(양준모)가 알렌타운에서 온 배우 지망생 페기 소여(오소연)을 발탁해 스타로 길러내는 과정이 담겼다. 대공황 시대 모두가 꿈꾸던 대규모 공연 '프리티 레이디'가 올라가고, 코러스 배우들부터 주연 도로시 브룩(최정원), 작가 겸 작곡가 매기 존스(홍지민) 등 공연업계 종사자들이 모두 모여 각자의 사정과 이야기를 들려준다.
페기 소여 역의 오소연은 마치 인형같은 깜찍한 외모와 눈을 의심할 정도의 탭댄스 실력으로 등장부터 사랑을 독차지한다. 알렌타운에서 배우의 꿈을 안고 뉴욕으로 온 페기는 줄리안 마쉬의 냉정한 반응에 상처받지만, 결국 뛰어난 재능으로 극중극 '프리티 레이디'의 주연으로 발탁된다. 양준모는 뛰어난 노래실력이 아까운 역이라는 평 속에서도 그만의 매력을 담아 줄리안 마쉬를 열정의 제작자로 그려냈다. 페기를 다소 혹사시키는 동시에 애정을 담아 지도하는 디테일엔 실제 양준모의 제작자로서의 마인드도 그대로 묻어나는 듯 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공연 장면 [사진=샘컴퍼니] 2020.07.03 jyyang@newspim.com |
매기 존스 역을 맡은 홍지민은 능청스러우면서도 자연스러운 코믹연기로 객석을 시종일관 웃음바다로 만든다. 콤비인 버트 베리 역의 임기홍과 함께 제대로 극을 지배한다. 도로시 브룩으로 등장하는 업계의 터줏대감 최정원은 역시나 관록의 연기를 보여준다. 페기를 모함에 빠뜨리는 악역이기도 하지만, 최정원 덕분에 도로시도 결국 사랑에 고픈 여자였음이 객석에 잘 전달된다.
◆ 신데렐라 스토리를 넘어…화려한 쇼로 구현된 땀의 결실
사실 '브로드웨이 42번가'의 전체 스토리는 아주 특별할 것은 없는 얘기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전세계가 불황에 빠진 현재, 남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기존에 다소 지적받던 신데렐라형 여주인공의 전형적인 이야기를 넘어, 전혀 보이지 않던 부분이 눈에 띈다. 오디션 기회를 놓치고 풀이 죽은 페기를 매기 존스와 동료들이 위로해주는 장면이나, 단지 성공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동료들의 일자리를 지키려 단 48시간 만에 주연의 역할을 해내고야 마는 페기의 열정 같은 부분이 그렇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공연 장면 [사진=샘컴퍼니] 2020.07.03 jyyang@newspim.com |
여러 차례에 걸쳐 나오는 탭댄스 군무신은 저절로 입이 떡 벌어지는 장관이다. '프리티 레이디'를 위한 페기의 땀만큼이나 열정을 불사른 전체 출연진의 고생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 덕분에 어느 운 좋은 시골 아가씨가 스타가 된 이야기가 아니라, 이번 시즌은 치열한 노력과 땀이 결실을 맺는 가슴 벅차는 스토리로 완성됐다. 안타까운 시국과 맞물려, 시대에 맞지 않는 대사나 가사를 거듭 수정해온 제작진의 센스도 돋보인다.
이 작품이 '프리티 레이디'라는 공연 한 편이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보여주기에 오는 특별한 묘미도 있다. 극중극이 위기를 맞는 순간, 본 공연도 잠시 중단된다. 객석은 화려한 쇼와 극중 인물들의 감정에 푹 빠져 울고 웃다가, 잠시 당황하고는 이내 웃음을 터뜨린다. 실시간 공연 상황을 이용한 장치들이 주요 관람 연령대인 공연 초보, 중장년 세대의 취향을 정확히 저격한다. 유명세와는 별개로, 스스로 발전을 거듭하는 명작을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오는 8월 23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