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란 교수 "'울진 올미역' 채취관행 주목...체계적 연구·정리 필요"
경북도·경북해양포럼, 국가어업유산 등재 세미나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국가중요유산 등재가 추진되는 '울진 떼배 돌미역채취어업'의 전통어로 기술과 경북 동해안 어민들의 인식이 투영된 생업문화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현재도 행해지는 '울진 올미역(早藿)'의 전승양상과 어촌계 별로 전승되는 돌미역 생산.분배 등 '미역바위(짬; 곽전(藿田).곽암(藿巖)'에 대한 공동소유와 관리체계, 공동의례 등은 울진지역에서 독특하게 전승되는 '떼배 돌미역채취' 어업관행이라는 점에서 보전과 개발 가치가 탁월한 유산으로 평가됐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경북 울진지역 해녀의 돌미역 채취작업 2020.07.03 nulcheon@newspim.com |
경북도와 경북해양포럼은 지난 2일 오후 울진군 후정리 소재 환동해산업연구원 회의실에서 '울진.울릉 곽암돌미역떼배어업 국가중요유산 등재 세미나'를 열고 떼배돌미역채취어업의 가치와 산업화 방안을 모색했다.
경북도 환동해본부와 경북 해양포럼은 지난해 '경북도 국가중요어업유산 발굴 기본구상 연구용역'을 갖고 울진・울릉 떼배돌미역채취어업을 경북도 국가중요어업유산 지정을 위한 1순위로 선정하고 지난달 3일 기본계획 연구용역 착수보고회를 갖는 등 국가중요유산 등재를 추진해 왔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경북 울진지방에서 전승되는 '떼배돌미역채취어업' 2020.07.03 nulcheon@newspim.com |
울진・울릉지역에서 전승되고 있는 돌미역채취어업은 떼배를 이용한 독특한 미역 채취 어로기술이다.
특히 울진 고포미역은 다른 지역의 미역보다 품질이 우수해 예로부터 왕실에 진상한 특산품으로 '신증동국여지승람'과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되어 있는 등 동해안 지역 고유의 어로기술로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서의 역사・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학계는 평가하고 있다.
떼배는 주로 오동나무 등을 뗏목처럼 엮어 돌미역 따위의 해산물을 채취하거나 운반할 때 사용하는 무동력 배로 울진지방에서는 '떼배' '뗏마'로 부른다.
울진지방에는 떼배를 이용한 전통놀이인 '놀싸움'이 전승되고 있으며, 울진군은 지난 2017~2018년 축제를 통해 '놀싸움'을 재현한 바 있다.
지난 2일 오후 경북 울진군 후정리 소재 환동해산업연구원에서 열린 '울진.울릉 곽임돌미역떼배어업 국가유산 등재' 세미나.[사진=경북해양포럼] 2020.07.03 nulcheon@newspim.com |
이날 세미나에서 첫 주제발표에 나선 허영란 교수(울산대, 역사문화학)는 '울진 돌미역 어업유산 가치 재조명 기초조사'의 발제를 통해 울진과 울릉지역 등의 떼배를 이용한 돌미역 생산.관리관행에 대한 조선조의 조세.진공체계 등 관리체계를 문헌사료를 통해 소상히 설명하고 "동해안(울진지역) 돌미역에 대한 역사적 관리체계와 인식에 대한 체계적 정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허 교수는 돌미역은 조선시대 동해안 일대에서 올린 진공품으로 대표 특산물이라며 조선 후기 곽전 소유제 등 관리체계는 지역별로 차이를 보이나 울진.평해의 경우, 관(국가)에서 직접 관리해 온 사례하고 특징을 설명했다.
허 교수는 '울진 올미역' 채취 관행에 주목하고 '울진지역 곽전에 대한 어촌의 공동소유와 관리 등 어로기술 관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이동춘 사진작가가 2일 오후 경북 울진 후정리 소재 환동해산업연구원에서 열린 '울진.울릉곽임돌미역떼배어업 국가중요유산 등재' 세미나에서 울진과 울릉지방에 현전하는 돌미역 채취현장을 담은 사진물을 설명하고 있다. 2020.07.03 nulcheon@newspim.com |
사진작가 이동춘은 울진과 울릉지방의 전통 돌미역 채취 현장을 카메라와 드론 등으로 담아 제시해 매년 4월 울진과 울릉 등 경북 동해안 해촌에서 펼쳐지는 돌미역 채취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줘 호평을 받았다.
국가중요유산 등재 용역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주)이음과 자음의 이영규 대표는 올 8월 공식 발표될 예정인 '통영.거제 견내량 돌미역 틀잇대 채취어업'을 전승 양상을 소개하고 남해안에서는 동력선으로 틀잇대라는 미역채취 도구를 이용해 미역을 채취하는 방식이나 울진 등 동해안에서는 무동력선인 '떼배'를 타고 '낫대'를 이용, 채취했다는 점에서 변별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천진기 전 국립민속박물관장을 좌장으로 진행된 종합토론에서 울진의 미역 주산지인 고포(나곡6리), 나곡3리 등의 어촌계장들과 지역 문화계 인사, 울진군 해양수산 관계자, 김남일 경북도 환동해본부장 등이 발표자로 참석해 지금도 매년 4월 이뤄지는 돌미역 채취어업에 대한 전승 기술과 울진 돌미역의 탁월성, 보전과 개발을 아우르는 개발 가능성 등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개진됐다.
주수웅 나곡3리 어촌계장은 울진지역 해촌 돌미역은 크게 올미역, 돌미역, 수심곽 등 3종류로 분류된다며 지금도 지역에서는 "4월 한달(돌미역 채취철)아 가지마라"할 정도로 미역은 울진 해촌의 중요한 먹거리이자 재산 증식의 중요한 수단"이라고 돌미역에 대한 각별한 인식을 설명했다.
언론인 남효선(시인.민속학)은 지금도 울진 해촌에서는 "미역없었으면 울진사람 모두 굶어죽었지"라는 향언(folktale)이 전해질만큼 미역은 울진사람들에게 매우 각별하고 중요한 먹거리이자 환금자원이었다며 현재도 전승되는 미역바위(짬) 분배. 관리, 공동생산.유통 체계는 탁월한 생산공동체의 자치력이 도드라진 생업 관행으로 주목된다고 강조했다.
또 돌미역 채취는 1개월 이라는 한정된 시간과 '불(백사장)'이라는 특정 공간에서 행해지는 노동집약적 협업체계의 진수를 보여준다며 특히 미역 생장지인 '짬(곽전, 수중바위군락)'의 관리를 위한 '짬매기'와 미역생태계의 보전과 풍성을 기원하기 위한 '짬고사' 등의 생업문화가 전승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상구 울진문화원 사무국장은 유산 등재를 위해 용어적 정리가 필요하다며 울진지역에서 생산주체를 통해 전승돼 온 돌미역 관련 현장의 용어를 정확하게 반영, 정리할 필요성을 제안했다.
천진기 관장은 "울진 해촌의 경관 자체가 소중한 유산이다. 울진 떼배돌미역채취 어업은 자연.사람이 빚은 탁월한 역사.문화적 자산"이라고 강조하고 "지금도 현존하는 전승주체에 대한 전수조사와 함께 돌미역 채취의 역사.문화.어로기술.도구.음식 등에 대한 체계적 조사와 이를 기반으로 한 산업화와 문화콘텐츠 작업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김남일 경북도 환동해본부장이 2일 오후 경북 울진 후정리 소재 환동해산업연구원에서 열린 '울진.울릉 곽임돌미역떼[배어업 국가중요유산 등재' 세미나에서 등재 추진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2020.07.03 nulcheon@newspim.com |
국가중요유산 등재 추진을 총괄하는 김남일 경북도환동해본부장은 자연자원의 체계화가 매우 중요한 과제다며 울진돌미역 채취의 중요한 어로 도구인 '떼배'의 변별성을 강조하고 돌미역채취어업의 문화성에 기반해 보전과 개발을 아우르는 콘텐츠 개발을 통한 산업화가 이번 등재 추진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돌미역 등 전통어로관행과 문화를 체계화하고 개발하기 위한 '미역문화산업연구소' 등의 설립 필요성을 제안했다.
세미나에 앞서 전찬걸 울진군수는 "이번 세미나는 울진지역의 전통적 특산물인 돌미역에 대한 새로운 산업화를 모색한 의미있는 자리"라며 "이번 어업유산 지정 추진을 계기로 울진지역의 중요한 어업유산인 돌미역에 대한 체계적 연구 등 가치 재조명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울진.울릉지역의 떼배 돌미역채취어업에 대한 국가중요유산 등재는 오는 8월쯤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국가중요어업유산은 지역의 환경・사회・풍습 등에 적응하면서 오랫동안 형성된 유・무형의 어업 자원 중, 보전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돼 해양수산부장관이 지정한 어업유산으로 지난 2015년부터 도입됐다.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되면 지정서가 발급되고, 향후 3년간 어업유산 복원과 계승, 홍보・마케팅・브랜드 개발 등을 위한 사업비 7억원을 지원받게 된다.
nulche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