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청렴하다는 사람 뽑았지만 뇌물 상납 계속 있을 것"
[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북한 당국이 노동당 간부 양성기관인 김일성고급당학교의 핵심 간부·교원을 대거 교체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4일 보도했다. 부정부패 사건을 계기로 기존 인력을 비교적 젊은 세대로 물갈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평양시의 한 간부 소식통은 전날 RFA에 "지난 4월 초부터 5월 말 사이에 최고존엄의 지시로 김일성고급당학교 당 위원회 간부들과 교원진 50여명이 대거 새로 임명됐다"며 "학교 설립 이후 최대규모의 물갈이 간부사업(인사)을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월 29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가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이 회의에서는 교육기관 관련 부정부패에 연루된 간부들을 처벌하는 결정이 이뤄졌다. [사진 = 노동신문 홈페이지] |
소식통은 "이번 간부사업은 지난 2월 29일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김일성고급당학교의 부정부패행위에 대한 최고존엄의 질타에 이은 후속조치로 새로운 교원 선발 원칙과 기준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며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대학, 김형직사범대학에서 인정받은 교원들을 중심으로 간부사업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김일성고급당학교는 북한 교육성에서 관장하는 일반 대학과 별도로 노동당이 운영하는 곳이다. 4년제 과정을 마친 대부분의 졸업생은 곧바로 중앙당 초급 간부로 임용되는 만큼 입학 경쟁이 치열하다.
이 학교에는 표면적으로는 당과 수령에 충실한 인물들이 추천받아 입학하지만 실제로는 입학은 물론 졸업 과정까지 뇌물이 공공연히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RFA에 따르면 부정부패에 연루된 김일성고급당학교 학장과 학교 당 위원회 간부 47명은 농촌과 광산에서 혁명화 노동을 하고 있다.
북한 고위 간부도 관련 비리에 연루됐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2월 29일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당 간부 양성기관의 일꾼들 속에서 발로된 비당적 행위와 특세, 특권, 관료주의, 부정부패 행위를 집중 비판했다"며 당시 조직지도부장이었던 리만건과 박태덕 당 부위원장의 해임을 알린 바 있다.
김일성고급당학교는 사생활이 청렴하고 당과 수령에 충실하다고 검증된 40~50대의 간부들을 신규 교원으로 채용했다고 밝혔지만 북한 주민들은 이 학교의 부정부패가 완전히 근절될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있다.
평양시의 한 주민은 RFA에 "중앙의 요직에 자리 잡기 위한 재학생들의 치열한 경쟁과 상납행위를 완전히 근절하는데도 많은 숙제가 남아있다"며 "한동안은 잠잠하겠지만 교원들도 교육자이기 전에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해 언젠가는 당국의 눈을 피해 더 은밀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뇌물 상납 행위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heog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