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병원 상대 3억원대 소송…1심 "2000만원 배상"
"메르스 치료 우선시해 기저질환으로 숨져…책임있다"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당시 확진 판정을 받고 숨진 '80번 환자' 유족 측이 정부와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 항소심에서 "정부의 부실 대응과 병원의 (기저질환) 치료 지연으로 환자가 사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심에서는 당시 정부의 과실로 환자가 메르스에 감염됐다는 인과관계만 인정됐지만 유족 측은 나아가 사망에 따른 인과관계도 인정해달라는 취지다.
서울고등법원 민사9부(손철우 부장판사)는 18일 메르스 80번 환자였던 A씨 유족이 국가와 삼성서울병원, 서울대학교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지난 2015년 6월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 격리센터가 설치되어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이날 유족 측 대리인은 "정부 산하 질병관리본부(질본)가 망인의 메르스 증상이 거의 소실됐다고 판단했음에도 격리해제조치를 하지 않아 기저질환인 림프종 치료가 지연된 것"이라며 "삼성서울병원과 서울대학교병원도 메르스 치료를 우선시한 과실이 있고 이러한 복합적 과실로 인해 망인은 사망했다"고 항소이유를 밝혔다.
반면 정부 측 대리인은 "당시 다른 나라와 국내 메르스 지침 기준에 따라 역학조사를 시행했다"며 책임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삼성서울병원 측 대리인도 "병원은 입원환자였던 망인에 대해 최선의 치료와 감염에 대한 관리를 했고, 지병인 림프종의 급격한 진행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단기간에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투여한 것은 의료진의 적절한 처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대병원 측 대리인은 "당시 망인은 메르스 증상에서 양성과 음성이 반복됐고 대응지침에 따라 격리유지할 수 밖에 없었다"며 "망인의 사망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사망을 이유로 병원 측에 과실을 물을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원고 측 요청에 따라 8월 20일 오후 다음 기일을 열고 원고 본인인 유족에 대한 당사자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아울러 대법원에서 진행 중인 '메르스 104번 환자' 유족의 소송이 이 사건과 유사한 점이 있다며 판결 결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앞서 림프종을 앓았던 A씨는 지난 2015년 5월 27일 기저질환을 치료받기 위해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가 메르스에 감염됐다. 그는 당시 '슈퍼 전파자'로 불린 14번 환자와 3일간 응급실에 머물다가 감염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같은해 6월 7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고 서울대병원 음압병실에 격리됐다가 같은해 10월 1일 질본의 메르스 격리해제조치로 퇴원했다. 이후 다시 메르스 증상이 의심돼 격리병실로 이송됐지만 투병생활 끝에 같은해 11월 25일 숨을 거뒀다.
이에 A씨 유족은 2016년 6월 국가와 병원을 상대로 3억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질본 소속 공무원들이 14번 환자에 대한 역학조사를 부실하게 해 초동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14번 환자는 폐렴으로 평택성모병원을 찾았다가 1번 환자와 접촉해 메르스에 감염됐지만 당시 접촉 사실이 간과된 채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또 14번 환자의 감염 확산에 대한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삼성서울병원과 메르스 치료 때문에 A씨의 기저질환인 림프종 항암치료를 적기에 하지 않은 서울대학교병원에도 책임을 물었다.
1심은 정부의 역학조사 부실 책임만 인정해 "아내 B씨에게 1200만원, 아들 C군에게 8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다만 삼성서울병원과 서울대학교병원의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