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1월 대선 전 북한카드 활용 가능성 희박"
박지원 "남북미 정상회담 등 과감한 발상의 전환 필요"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북한 리선권 외무상이 12일 '6·12 북미정상회담 2주년 담화'를 통해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강경메시지를 쏟아낸 배경과 의도는 무엇일까?
한반도와 북미관계 전문가들은 리 외무상의 발언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존재감을 과시하고 언젠가 재개될 북미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그러나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에 앞서 북한카드를 활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김준형 국립외교원 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2019 외교안보연구소(IFANS) 국제문제회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2019.12.04 pangbin@newspim.com |
국제정치 전문가인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뉴스핌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북한 입장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에 6월 12일 싱가포르 합의정신을 기대했는데 받은 게 없다. 한국에 대해서는 미국을 설득 못했다는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즉 북한은 핵실험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유예 등 다양한 선물을 주고 선제적인 조치를 취했는데 받은 게 없다는 지금 상황을 디파인(정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다만 리 외무상이 담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실명은 언급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간접화법으로 백악관 주인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좋은 관계를 언급했다"며 "다만 정상 간의 친분관계가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는 서운함과 불만이 표출됐다"고 분석했다.
이날 북한이 외무상 명의로 북미정상회담 2주년 담화를 발표한 배경에 대해서는 "북한이 보고 있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인데 기다리기만 하면 존재감이 사라진다. 최근까지는 미국에 불만을 표출해도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효과가 없었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다. 북한 나름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며 좌절감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국 대선 전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북미협상 등 북한카드를 활용할 가능성에 대해선 "트럼프가 대선 전에 북한에 유화제스처를 보이거나 재선을 위해 북한 카드를 활용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미국 내 코로나가 심각한 상황에서 북한카드가 큰 도움이 안될 것이고 제대로 쓰려면 북한이 원하는 뭔가를 줘야 하는데 그런 상황이 트럼프에게 별로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을 할 것이다. 일단 현 상황을 유지하며 북한이 전략적 도발을 못하게 관리하는 수준에서 접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북한의 향후 행보와 관련해선 "미국 대선을 지켜보는 북한 입장에서는 트럼프가 처한 상황이 보이지만 그래도 강하게 나가야 협상재개시 유리하다는 판단을 할 것"이라며 "강한 톤으로 나가면서 압박을 계속할 것이다.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11월 대선 전까지는 미국이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는 ICBM 발사나 추가 핵실험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 박지원 "남북미 3자 정상회담으로 교착상태 풀어야"
김대중 정부 때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을 이끈 박지원 단국대 석좌교수(전 국회의원)는 리선권 외무상의 담화에 대해 남·북·미 관계가 어려운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3국 정상회담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박 교수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코로나19 사태가 언제쯤 풀릴지 모르지만 좀 풀리면 우리 정부가 대북접촉을 노력하고 북한을 설득해서 미국도 만나게 해야하는데 지금 이러한 교착상태에서는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해 줄 때가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런 것 (3국 정상회담)을 하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에서 자기 위치가 굉장히 어렵지 않느냐"며 "코로나19 사태로 조 바이든에게 대통령선거 여론조사에서 밀려나가고 또 인종 분쟁으로 인해 굉장히 어렵다. 물론 경제는 미국도 북한도 우리 한국도 똑같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어려움 속에서는 차라리 3국 실무회담이 열리고 또 3국 정상들이 한번 만나서 해결할 수 있는, 발상을 초월하는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서는 "지금 미국 내 정치 여건이나 대선 정국에서 의외로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풀어나가는 것도 하나의 묘수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또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남 총괄로 나섰다고 하는 것은 전화위복의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며 "김여정 부부장이 직접 대화하면 김정은 위원장에게 더 좋은 보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 리선권 외무상 "트럼프에게 치적선전감 보따리 주지 않을 것"
앞서 올해 1월 외무상으로 발탁된 리선권 외무상은 이날 '우리가 미국에 보내는 대답은 명백하다'는 제목의 담화를 통해 "우리 공화국의 변함없는 전략적 목표는 미국의 장기적인 군사적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확실한 힘을 키우는 것"이라며 "두 해 전 한껏 부풀어 올랐던 조미(북미)관계 개선에 대한 희망은 오늘날 악화 상승이라는 절망으로 바뀌었고 조선반도의 평화 번영에 대한 한 가닥 낙관마저 비관적 악몽 속에 사그라져 버렸다"고 말했다.
[판문점=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2018년 남북 고위급 회담에 참석했을 당시의 리선권 외무상 모습 |
리 외무상은 오는 11월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듯 "우리는 다시는 아무런 대가도 없이 미국 집권자에게 치적 선전감이라는 보따리를 던져주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최고지도부와 미국 대통령과의 친분 관계가 유지된다고 해서 실제 조미관계가 나아진 것은 하나도 없는 싱가포르에서 악수한 손을 계속 잡고 있을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아울러 그간 북한이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부핵시험장(풍계리 핵실험장)의 완전 폐기, 미군 유골 송환, 억류된 미국인 특사 송환, 핵실험 및 ICBM 발사 중지 등의 조치를 한 것에 대해 '세기적 결단'이자 '전략적 대용단'이라고 표현하며 "우리가 취한 이 특단의 조치들에 번번이 깊은 사의를 표시한 미국이 합의 일방으로서 지난 2년간 도대체 무엇을 해놓았는가"라고 꼬집었다.
그는 미국이 한반도 주변에 핵전략폭격기, 항공모함 등을 배치한 점을 언급하면서 "미 행정부는 천만부당하고 시대착오적인 행위로 일관된 2년간을 통해 저들이 떠들어온 조미 사이 <관계개선>은 제도 전복이고, <안전담보>는 철저한 핵선제타격이며, <신뢰구축>은 변함없는 대조선 고립압살을 의미한다는 것을 숨김없이 드러내보였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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