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5월 미국 비농업 부문 고용 지표가 경기 회복의 어린 싹을 의미하는 '그린 슛'으로 해석되는 가운데 연방준비제도(Fed)의 이번주 통화정책 회의에 월가의 시선이 집중됐다.
제로금리 정책이 수 년간 지속되는 것은 물론이고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할 것이라는 기대가 이번 고용 지표 호조에 따라 한풀 꺾였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연준의 통화정책이 급반전을 이루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또 이번 회의에서 논의하기로 한 일드커브(수익률 곡선) 제어 정책에 대한 결정에 시장의 시선이 고정됐다.
미 연방준비제도 본부 [사진=로이터 뉴스핌] |
오는 9~10일(현지시각)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지난주 발표된 미 5월 고용 지표는 마이너스 금리를 포함한 보다 과격한 통화완화에 대한 기대에 흠집을 냈다.
지난달 비농업 부문의 고용이 250만명 늘어났다는 소식에 월가는 말 그대로 '서프라이즈'라는 평가와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침체 이후 회복이 예상보다 강할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냈다.
이번 지표는 월가의 투자자들 사이에 미국 경제가 최악의 상황을 통과했다는 진단이 꼬리를 무는 상황과 맞물려 화제를 모았다.
터프츠대학의 브라이언 베튠 이코노미스트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5월 고용 지표는 미국 경제가 본격적인 반등을 시작했다는 의미로 풀이되며, 연준의 제로금리 정책이 수 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을 흔들어 놓았다"고 말했다.
그는 양적완화(QE)가 지속, 연준의 대차대조표가 앞으로 1조달러 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 1월 금리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다만,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당분간 연준의 정책 행보에 급격한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얻고 있다.
경기 회복이 주요 지표를 통해 보다 명확하게 확인되는 한편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고개를 들기 전까지 제로금리가 유지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와 함께 대규모 채권 매입 프로그램과 11가지의 유동성 공급 방안 역시 현행대로 유지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팬데믹 사태 이후 연준이 내놓을 첫 경기 전망 역시 투자자들 사이에 뜨거운 감자다. 이를 통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경기 충격과 연말까지 향방에 대한 정책자들의 판단이 확인될 전망이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의 경기 전망이 보수적일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FAO 이코노믹스의 로버트 브루스카 이코노미스트는 "실물경기가 예상보다 강하고 빠르게 회복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V자 성장이 이뤄지는 것으로 착각해서는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무제한적인 국채 매입을 통한 호주 식 일드커브 제어 정책에 대한 논의 결과도 월가의 관심이 집중된 부분이다.
연준은 지난 4월 회의에서 이에 대한 내용을 다음 FOMC에서 집중적으로 다루기로 한 바 있다. 연준은 지난 1942~1951년 2차 세계대전 당시 경기 부양을 위해 이른바 일드 캡 정책을 도입한 이후 70년간 이를 시행한 일이 없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책자들이 2023년까지 장단기 국채 수익률을 일정 수준 이내로 통제해 통화완화 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연준 위원들은 일드 캡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국채 발행 물량이 늘어나는 상황을 감안해 일드커브 통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이와 함께 보다 강력한 선제적 가이던스를 통해 앞으로 금리인상 압박을 사전에 차단하는 전략도 이번 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한편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상당 기간 저금리가 지속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 일드 캡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견과 함께 인플레이션이나 금융시장 혼란에 따라 이를 종료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때 연준의 신뢰성에 커다란 흠집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