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폐기...21대 국회서 재발의 예상
서울시, 지자체 최초 공공의대 설립 추진에 의료계 '발칵'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공공의료 인력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향후 공공의료 인력 확충 방안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만 공공의료인력 양성 방안 중 하나인 공공의료대학(공공의대) 설립과 관련된 법안은 20대 국회 통과가 불발돼 21대 국회로 공이 넘어갔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국립공공의료대학 설립을 위한 범 대책위, 남원향교가 지난 2월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 및 운영에 대한 법률안 국회 통과 촉구 기원제를 지내고 있다. 2020.02.18 kilroy023@newspim.com |
◆ 해묵은 공공의료인력 부족 논란...해법은 공공의대?
공공의대 설립법은 공공의료 인력 부족을 이유로 여야를 막론하고 꾸준히 발의돼 왔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이정현 무소속(당시 새누리당 소속) 의원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립보건의료대학 설립법을 발의한 바 있으며, 20대 국회에서도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광수 민주평화당(現 민생당)의원, 윤소하 정의당 의원 등이 법안을 제출했다.
당초 국립보건의료대학 설립법은 서남의대 폐지 이후 국가에서 공공의료 인력을 양성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발의됐다.
20대 국회에서도 공공의료대 설립을 통해 공공의료에 종사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자는 주장이 제기됐고,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이러한 주장에도 힘이 실렸다.
보건복지부도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다며, 공공의대 설립 추진을 공식화했다.
공공의대에서 공공의료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이들로 하여금 졸업 후 의무적으로 일정 기간 공공의료기관에서 근무하도록 해 공공의료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19대 국회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이들 법안은 보건복지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 의료계 '강력 반대' vs 시민단체 "꼭 필요" 입장 차
20대 국회에서 폐기됐지만 공공의대 설립법은 21대 국회가 열리면 여당에서 곧장 발의할 가능성이 높은 법안 중 하나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의료체계 구축과 감염병 전문의 양성 방침을 밝히면서, 공공의대 설립법 발의는 시간 문제라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공공의대 설립 추진에 강력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5일 성명을 통해 "정부가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한다면서 의료계가 반대해온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며 "정부가 자화자찬하는 K-방역은 우리 민간의료의높은 역량이 공공성으로 발휘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한국보다 의사가 많고 공공의료에 투자를 많이 한다는 국가들이 코로나19 사태에서 맥없이 무너졌다"며 "공공의대를 졸업한 인력이 반강제로 공공병원에 근무하도록 하면서, 보건의료 위기를 공공부문의 힘만으로 극복하겠다는 것은 착각이며 허구적 상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협은 "국내 의료제도는 의사들의 기여에 비해 지극히 인색한 보상체계로 감염내과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과목이 돼 인력 채용이 어렵고 소수가 과도한 업무부담을 갖게 된다"며 "공공의대 설립이 아닌 공공성을 갖는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존중이 해결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보건의료 시민단체인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지난 7일 기자회견을 통해 "코로나19로 국가가 공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의사 수가 심각하게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공공의료 인력 공백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가 의사를 양성해 공공기관에서 상당기간 복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말하고 있다. 2020.05.11 dlsgur9757@newspim.com |
◆ 서울시도 공공의대 설립 추진...지자체 주도 최초 사례
코로나19는 지방자치단체에도 공공의료 인력 양성의 과제를 남겼다. 이에 서울시는 전국 지자체 최초로 공공의대 설립 추진을 공식화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0일 정례브리핑에서 "과거 사스, 메르스에 이어 이번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공공의료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점을 절감했다"며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했지만 여러 이해관계에 좌절됐는데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지금이야말로 공공의대 설립의 적기이며 시대적 요구이자 시민의 명령"이라며 "필요하다면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공공의대를 설립하는 방안도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계는 즉시 강력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나섰다.
서울시의사회는 21일 성명을 통해 "K-방역의 성공을 위해 공공의료와 민간의료의 유기적 협력은 지속돼야 하지만 공공의대 설립만이 공공의료를 살리는 만능열쇠라는 허구에서는 빨리 깨어나야 한다"고 비판했다.
서울시의사회는 "어느 곳보다 의료자원이 풍부한 서울시가 공공의대를 설립한다는 것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라며 "지자체는 공공보건의료법에 명시된 공공의료기관의 확보와 재정 및 행정적 지원에 주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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