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고의로 혼인신고 지연 등 부작용 우려"
인권위 "순기능보다 역기능 더 커" 개선 권고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신혼부부 주택특별공급(신혼특공) 제1순위 자격요건에서 혼인신고 이전에 출산한 자녀를 배제한 것은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6일 인권위에 따르면 A씨는 2016년부터 배우자와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다가 2018년 11월 아이를 출산했다. 아이의 출생신고를 마친 A씨 부부는 6일 뒤 혼인신고를 했고 지난해 11월 신혼특공 1순위 자격으로 부산 서면의 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다.
서울 중구 삼일대로에 위치한 국가인권위원회 청사 전경. [사진=국가인권위원회 제공] |
하지만 A씨 부부는 곧 아파트 시행사와 국토교통부로부터 청약포기서 작성을 요구받았다. A씨 부부가 혼인신고 이전에 자녀를 출산했기 때문에 신혼특공 1순위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행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은 신혼특공 1순위 자격요건으로 '혼인기간 중 자녀를 출산(임신 중이거나 입양한 경우를 포함)하거나 자녀가 있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A씨는 "혼인신고 시기를 기준으로 자녀를 신혼특공 1순위 자격요건에서 배제하는 것은 혼인여부 등을 이유로 한 불합리한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혼인신고 이전에 출산한 자녀까지 신혼특공 1순위 자격요건으로 인정하면 고의로 혼인신고를 지연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또 이 경우 신혼특공 경쟁에서 초혼부부가 재혼부부에 비해 크게 불리해지는 문제도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혼인신고 이후 자녀만 신혼특공 1순위 자격요건으로 규정한 것은 '평등권 침해의 차별 행위'라고 판단했다. 국토부 주장과 관련해서는 현재 배우자와의 사이에서 낳은 자녀만 인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충분히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도 인권위는 이 같은 제도가 혼인신고 고의 지연을 방지하는 효과보다 A씨처럼 선의의 피해자를 만드는 부작용이 더 크다고 봤다.
인권위는 국토부 장관에게 신혼특공 1순위 자격요건을 정할 때 혼인신고 이전에 출산한 자녀를 일률적으로 배제하지 않도록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우리 법체계는 혼인 외 출생자와 사실혼 관계에 대해서도 헌법상 보호받아야 할 혼인과 가족생활의 하나로 인정하고 있다"며 "자녀 출산 이후 혼인신고를 했더라도 이미 법률혼 관계가 된 이상 신혼특공 1순위 자격을 부여해도 이 제도의 목적인 결혼·출산 장려를 충분히 이룰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