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무역전쟁 희생양, 존폐위기서 재기 성공
특허출원 세계 3위, 기술 경쟁력 성장포인트
5G 대표 테마주로, 정책적 호재의 수혜 기대
[서울=뉴스핌] 배상희 기자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암운이 드리워진 중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중국 당국의 사활을 건 경기부양 움직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5세대 이동통신(5G)을 중심으로 한 신형인프라는 이 같은 행보에 모터를 달아줄 핵심 성장 동력 산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중국 당국의 정책 방향을 빠르게 반영하는 중국 증시에서도 관련 테마주는 높은 성장 가능성이 기대되는 투자 추천주로 연일 거론되고 있다. '5G 선봉장'이라는 타이틀로 불리는 중국 대표 통신장비업체 중흥통신(中興通訊 000063.SZ)은 대표적인 신형인프라 테마주다.
중흥통신(이하 ZTE)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해 기술경쟁력을 증강해왔다는 점이다. 5G 기지국 건설 관련 대규모 수주 물량을 이미 확보한데다, 올해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스마트폰 단말기 사업 확장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점도 성장 포인트다.
다만, 올해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ZTE의 기술력 관련 사업 진전이 더뎌질 수 있다는 점, 최근 몇 년간 ZTE가 수익성 측면에서 큰 변동성을 보여왔다는 점 등은 투자 가치 평가에 신중함을 부여하는 이유로 지목된다.
과거 존폐 위기에까지 내몰렸다 5G 사업을 앞세워 재기에 성공한 이력이 있는 ZTE가 올해 신형인프라 성장의 원년을 맞아 또 한번 기업 이름에 걸맞은 '중흥' 시대를 이끌어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서울=뉴스핌] 배상희 기자 2020.04.29 pxx17@newspim.com |
◆ ZTE의 화려한 부활, 그 뒤에는 5G가 있었다
ZTE는 2018년 미·중 무역전쟁의 유탄을 제대로 맞은 기업이다. 2018년 4월 미국 정부는 이란과 북한에 대한 수출금지령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ZTE에 대해 향후 7년간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금지시키는 경제 제재를 가했다. 이에 미국 기업으로부터 스마트폰 제조에 필요한 부품의 25~30%를 공급받던 ZTE는 사실상 경영이 중단됐고, 주력 산업인 모바일 사업부 매각설까지 불거졌다. 이와 함께 선전과 홍콩 증시에서 ZTE는 거래가 중지되기에 이른다.
지난 2017년 1088억1500만 위안에 달했던 영업수익은 2018년 855억1300만 위안으로 21.41%나 곤두박질쳤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45억6800만 위안에서 252.88%가 급감한 -69억8400만 위안을 기록했다.
하지만, ZTE는 이 같은 존폐 위기를 극복하고 지난해 성공적인 플러스 실적을 거두며 재기에 성공했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이뤄진 중국 당국의 5G 산업 투자와 맞물려, 5G 시장에 적극 뛰어든 것이 성장 체력을 단시간 내 회복할 수 있었던 핵심 원동력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ZTE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6.11% 증가한 907억4000만 위안을 기록했고, 순이익은 51억4800만 위안으로 전년동기대비 173.71%나 급증했다. 이는 그 전년도인 2018년 같은 기간 순이익이 69억8400만 위안의 손실을 기록한 것에 비해 놀라운 성장폭이었다. 온라인 매출이 16.66% 늘어난 것을 비롯해 고장 감지 및 진단(FDD) 시스템 설비, 5G 시스템 설비 매출이 크게 늘어난 것이 주된 이유가 됐다.
해외 5G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ZTE는 전세계적으로 35건의 5G 상용화 계약을 체결했고, 5G 기지국 건설과 관련해 5만개 이상의 물량을 출하했으며, 중국은 물론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국가, 중동 등 전세계 60여개 업체와 5G 합작을 체결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충격 여파에 수익률은 다시 감소했다.
1분기 ZTE가 기록한 매출은 214억8500만 위안으로 전년동기대비 3.2% 줄었고, 순이익은 7억8000만 위안으로 전년동기대비 9.6% 감소했다.
[서울=뉴스핌] 배상희 기자 2020.04.29 pxx17@newspim.com |
◆ 쉼 없는 기술경쟁력 증강, ZTE의 성장포인트
지난 몇 년간 ZTE 성장률은 롤러코스터와 같은 급격한 변동성을 보여온 만큼, 올해 코로나19 여파 속 어떠한 행보를 보여줄 지 기대된다. 장기적 성장성을 높게 평가하는 전문가들은 ZTE의 연구 개발을 통한 꾸준한 기술경쟁력 확대에 그 이유를 두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ZTE는 연구개발에 전체 매출의 13.8%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했다. 이는 최근 3년래 최고치다. 특히, 올해 1분기 수익 감소에도 전체 매출의 15.10%에 해당하는 32억4100만 위안을 연구 개발에 투입하며,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이어갔다.
ZTE 기술경쟁력 확대의 근거는 높은 특허출원량 이력에서도 엿볼 수 있다. 특허출원량은 관련 산업에서의 전반적인 기술경쟁력과 미래 시장점유율과도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ZTE가 신청한 전세계 특허 출원량은 7만4000건이며, 이미 획득한 특허권은 3만4000건에 달한다. 그 중 5G 관련 특허권만 5000건을 넘어서고, 뒤를 이어 칩 관련 특허권은 4000건에 이른다. 아울러 현재 전세계 기관에 7000여개의 5G NR(New Radio, 5G 전용 무선접속 기술)과 5G 코어(5GC, 5G 핵심망)의 특허를 신청한 상태다.
국제 지적재산권 조사업체인 아이플리틱스(IPLytics)와 베를린 공과대학이 공동 발표한 최신 '5G 특허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전기통신표준협회(ETSI)에 제출된 5G 표준필수특허(SEP, 표준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반드시 요구되는 자격) 건수에서 ZTE는 2561건으로 전세계 3위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ZTE는 5G 기술을 탑재한 스마트폰 출시에도 적극 나선다. 이를 통해 관련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중국 5G 기술의 전세계 보급 및 상용화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ZTE는 올해 전세계적으로 10개 기종의 5G 스마트폰과 15개 기종의 5G 단말기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 3월 ZTE는 자사의 대표적 스마트폰 브랜드 '그랜드 S II(GRAND S II)' 시리즈 모델로서 5G 비디오 기능을 탑재한 GRAND S II AXON11을 출시했다.
ZTE 단말기사업부 쉬펑(徐鋒) 부총재는 "올해 5G 시대를 맞아, 대표 스마트폰 브랜드 대열에 합류할 수 있도록 단말기 개발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전했다.
[서울=뉴스핌] 배상희 기자 2020.04.29 pxx17@newspim.com |
◆ 신형인프라 원년 맞이해, 동반 성장세 탈까
올해 '전면적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 건설의 구상을 완성시켜야 할 마지막 해를 맞이해, 중국 당국은 5G 중심의 신형인프라 산업에 대한 공격적 투자에 나설 전망이다.
중국정보통신연구원(中國信息通信研究院)에 따르면 올해 신형인프라에 투입되는 규모는 9120억 위안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연간 고정자산투자 성장률의 0.7% 포인트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그 중에서도 2020~2025년 중국 당국은 5G 네트워크 구축에 9000억~1조5000억 위안을 투자할 예정이다. 연간 투자액은 1500~2500억 위안으로 평균 2000억 위안이 매년 5G 산업에 투입되는 셈이다. 4G 투자 규모의 2~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중국의 5G 통신장비 시장은 사실상 ZTE와 화웨이의 양자 경쟁 구도로 굳혀질 전망이다.
현지 보도자료에 따르면 중국 5G 기지국 수주 계약의 80%는 두 기업이 따낸 것으로 드러났다. 차이나 유니콤과 차이나 텔레콤 등 중국 대표 통신업체는 중국 5G 기지국 건설 계약건의 대부분을 두 기업과 체결했다. 두 통신업체는 오는 3분기까지 중국 내 25만개 5G 기지국 건설을 완료할 예정이며, 두 통신업체의 건설 수주 계약을 따낸 ZTE와 화웨이는 올해 상반기 안으로 전체 기지국 건설 목표의 47%에 해당하는 10만개의 5G 기지국 건설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올해 코로나19라는 복병이 등장하면서 ZTE의 5G 사업 굴기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비관적 관측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 국내 5G 기지국 건설 총수가 초기에 예상했던 규모에 미치지 못하는 데다, 코로나19 사태가 ZTE의 5G 기술 사업 진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올해와 내년 ZTE의 기대 수익은 각각 16%와 13% 줄어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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