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 최고위서 '위성 교섭단체' 가능성 선 그어
"안 만드는 게 낫다"... 통합당에 먼저 '경고 메시지'
與 최고위원들 "통합당이 만들며 방치할 순 없어"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여야가 비례정당을 '위성 교섭단체'로 활용할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일 "민주당은 먼저 위성 교섭단체를 만들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교섭단체로 활용하는 방안은 "정치적으로 옳지 않은 일"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04.20 kilroy023@newspim.com |
최고위에 참석했던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이 대표는 "민주당이 먼저 나서서 교섭단체를 만드네 마네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안 만드는 게 낫다는 메시지를 선제적으로 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례정당 교섭단체 활용 가능성과 관련해 이 대표가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총선 직후 미래통합당이 미래한국당을 제3의 교섭단체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하자 민주당의 위성교섭단체 구성 가능성도 제기된 바 있다.
이를 두고 이 대표는 통합당이 먼저 위성 교섭단체를 만들지 않는 한 민주당도 꼼수 교섭단체는 만들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통합당이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제3의 교섭단체로 둘 경우, 민주당 역시 더불어시민당을 교섭단체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지도부 내에서도 통합당 꼼수를 지켜볼 수만은 없다는 공감대가 일부 형성됐다. 특히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공수처장 추천, 국회 상임위원회 배분 문제 등이 걸린 만큼 인위적인 제3의 교섭단체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형석 최고위원은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우리는 원칙적으로 만들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통합당 쪽에서 위성 교섭단체를 고집하면 방치할 수는 없다"며 "(이 대표의) 이번 발언은 만들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설훈 최고위원은 "위성 교섭단체를 만들면 위성정당과 똑같은 꼴이 된다"며 "(통합당은) 만들어봤자 실익이 없다. 양쪽 다 만들지 않고 순리대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부터 더불어시민당과의 합당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고위전략회의 브리핑을 통해 "통합당과 상관없이 저희는 저희대로 합당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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