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급 금리인하 조치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급격한 경기하강 공포가 확산되며 미 국채금리가 자유낙하하고 있다.
연준은 3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기존 1.50~1.75%에서 1.00~1.25%로 50bp(1bp=0.01%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개최되는 17~18일까지 기다리지 않고 이례적으로 긴급 인하에 나선 데다 인하폭도 통상 범위보다 커 오히려 시장의 패닉 버튼을 눌렀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사진=로이터 뉴스핌] |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가격과 반대)은 3일 장중 한 때 0.9043%까지 추락하며 발행 역사 150년 만에 처음으로 1%가 붕괴됐다. 이어 1%가 뚫린 지 30분도 채 되지 않아 0.9%를 위협했다. 이는 지난해 말 수준에서 절반가량 떨어진 것이다.
미 국채 10년물 뿐 아니라 물가 연동 30년물 국채 수익률도 사상 처음으로 제로 아래로 떨어져 어두운 경제 전망을 반영했다.
CNN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연준이 코로나19 사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는 바로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해석했다.
해밀턴플레이스의 토니 프라토는 "연준은 코로나19에 따른 실질적 경제 여파가 있음을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라며 "정례회의 때까지 기다리면 시장의 신뢰를 잃을 위기였다.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블룸버그 통신은 시장이 원론적 대응책만을 발표한 주요7개국(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들에 실망한 데다 연준의 긴급 금리인하를 선제적 조치로 보지 않고 연준의 경제 전망이 악화됐다는 데 초점을 맞춰 패닉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또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인하 외에 다른 조치를 시사하지 않은 실망감과 더불어 추가 금리인하 전망이 강해지면서 국채로의 쏠림 현상이 더욱 가중됐다.
파월 의장은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연준이 모든 해법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정부와 의료 전문가, 중앙은행 등이 인적 및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다각도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JP모간체이스의 얀 로이스는 "미 국채 수익률이 연내 제로 또는 그 이하로 떨어질 함정에 빠졌다"며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수록 유사(流沙)에서 몸부림치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CNN 또한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여파가 몇 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 개월 또는 수 분기 동안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를 연준이 확인해준 셈이 됐다며, 이제 연준은 지속적으로 행동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해석했다.
유로존 채무위기 당시의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말을 빌어 "경제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태도로 시장을 안심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알리안스번스타인의 선임 이코노미스트인 에릭 위노그라드는 연준이 17~18일 FOMC에서 또 다시 금리를 50bp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며, "연준이 선제적 행동에 나서는 방향으로 수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의 추가 금리인하는 매우 중요하다"며 "시장은 일회성 조치에 안심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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