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전격적인 금리인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의 충격에 따른 경기 하강 리스크에 대한 정책자들의 경계감을 드러내는 단면으로 풀이된다.
월가는 일단 되살아난 '연준 풋'에 안도하는 표정이다. 하지만 정책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론에 무게가 실린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전격적인 금리인하로 신용시장 한파와 금융시스템 리스크를 일정 부분 진화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경기 부양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진단이다.
투자은행(IB) 업계는 추가 금리인하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연말까지 연준이 제로금리 정책을 재가동할 가능성이 50% 이상이라는 판단이다.
3일(현지시각) 연준은 기준금리를 50bp(1bp=0.01%포인트) 인하, 기준금리를 1.00~1.25%로 낮춘다고 공식 성명을 통해 발표했다.
오는 17~18일로 예정된 통화정책 회의를 앞두고 전격적인 통화완화를 시행한 셈이다. 정책자들이 이 같은 행보를 취한 것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가 전세계 77개국으로 확산된 한편 지역 감염이 곳곳에서 포착, 기업 매출 급감과 공급망 교란에 따른 경기 한파가 고조된 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최근 월가의 구루들 사이에 경기 침체 경고가 꼬리를 물었고,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폭적인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등 압박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정책자들의 특단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개장전 주요 7개국(G)의 공동 선언문에 실망감을 내비쳤던 뉴욕증시는 연준의 금리인하 소식이 전해진 뒤 오름세로 반전, 이른바 '서프라이즈'에 반색했다.
문제는 소위 연준 풋의 경기 부양 효과다. 이날 금리인하 폭이 50bp에 달했지만 기준금리가 역사적인 평균치에 비해 이미 크게 낮아진 상태인 데다 이번 실물경기 한파가 과거 위기와 같은 신용 경색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할 때 경제 펀더멘털의 턴어라운드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날 워싱턴 포스트(WP)는 금리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 효과가 불투명하다고 주장했다. 경기 한파의 유형이 과거와 다르고, 이미 바닥권까지 떨어진 기준금리를 인하할 때 결과는 과거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알리안츠 번스타인의 에릭 위노그래드 이코노미스트는 CNBC와 인터뷰에서 "연준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도, 이에 따른 경기 악화 자체를 해결할 수는 없다"며 "다만, 금융시장의 혼란과 유동성 문제를 완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이터에 따르면 IB 업계는 17~18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연준이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일부에서는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0%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50% 이상이라는 의견을 제시했고, 이날 미국을 필두로 주요국의 금리인하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월가가 원하는 것은 따로 있다. 통화정책 측면의 경기 부양 효과가 제한적인 만큼 재정정책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법인세와 소득세를 중심으로 전폭적인 세금 인하를 통해 매출 급감에 홍역을 치르는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는 한편 가라앉는 민간 소비를 살려내야 한다는 얘기다.
바이러스 확산에서 비롯된 이번 충격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구촌 경제에 가장 커다란 위협이라는 데 시장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과거와 달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