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조원 중 90%가 사모, 공모는 3%
해외 부실물건 매입 등 부작용 발생
[서울=뉴스핌] 전선형 기자 = 부동산펀드가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면서 증권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부동산펀드의 90%가 사모펀드로 설정돼 있어 불완전판매 등에 따른 '제2의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재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금융투자협회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국내에서 판매된 부동산펀드 설정액이 101조229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공모펀드는 3조1877억원이고, 사모펀드가 98조56억원으로 전체 부동산펀드 비중의 96.8%를 차지했다.
여의도 증권가 / 이형석 기자 leehs@ |
부동산펀드는 지난 3년간 급격하게 늘어났다. 실제 지난 2017년말 59조8045억원이었던 설정액은 2018년말 75조5464억원으로 늘어났고, 지난해말 98조3379억원으로 100조원을 육박했다. 불과 3년 새 60%가 넘게 증가한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주식형 펀드는 2017년말 77조8761억원에서 2019년 87조7092억원으로 고작 10조원이 늘어났다.
이처럼 부동산펀드가 확대된 이유는 국내 금융상품의 저금리 기조 영향이 크다.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1% 수준으로 내려앉으면서 연 5~6% 수준의 수익률은 제시하는 부동산펀드의 매력도가 상승했다. 투자자입장에서는 부동산펀드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각광받고 있는 해외부동산펀드의 경우 중심가 지역에 위치한 상품들로 구성돼있다. 증권사들은 부동산 가격 하락 위험이나, 공실 위험이 적고 환율 차익 등으로 국내보다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는 장점을 부각하고 있다. 더군다나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보수적 투자관점에서 해외 대체투자에 관심을 보이면서 부동산펀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데 한몫했다.
한 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아무래도 저금리 시대에 있다 보니 개인이나 기관투자자들이 전통적인 금융상품 보다는 금리가 높은 대체투자상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그 중 부동산상품은 투자하기 쉽고, 금리도 높은 편이라 인기상품에 속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관련 상품이 인기가 높아지면서 요즘에는 중소증권사나, 대형사 할 것 없이 돈 되는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및 대체투자 등 IB를 주영업으로 밀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해외에서는 한국 증권사끼리 부동산 인수경쟁에 뛰어드는 웃지 못 할 상황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급격히 성장한 부동산펀드는 조금씩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KB증권은 지난해 판매한 JB 호주NDIS 펀드가 외국 자산운용사의 사기에 휘말리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JB 호주NDIS 펀드는 호주 현지사업자가 호주 정부의 장애인주택임대사업에 투자하는 펀드로 JB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사모펀드다. KB증권은 이를 개인과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약 3000억원 규모로 판매한 바 있다. 현재 KB증권은 개인들에게 원금을 돌려주고 기관들과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 사이에 부동산 관련 투자규모가 커지면서 금융당국에서도 이같은 위험을 감지하고 규제에 나서며 시그널을 준 상태"라며 "하지만 증권사들은 여전히 부동산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부동산 시장 조정이 일거나, 유동성 이슈가 나타난다면 '또 다른 라임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본다"며 "특히 기관보다 상대적으로 정보가 낮은 개인들은 큰 손해를 입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inthera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