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은지 기자 = 영화 '기생충'에서 주인공 가족은 '대만 카스테라'로 빚을 졌기 때문에 망했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지금은 반짝 아이템, 자영업 붕괴의 상징처럼 되어버렸지만 2016년 당시 '대만 카스테라'는 전국에 400여 개가 넘는 매장이 생기고 줄을 서서 먹는 등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카스테라가 아니고도 언제부터인가 '대만'이라는 글자를 우리나라 음식에서 많이 볼 수 있게 됐습니다. 대표적인 건 시럽이 퍼지는 모습이 이색적인 '흑당버블티'인데요. 대만의 전통 음료 버블티에 흑설탕을 불에 달여 캐러멜처럼 만든 사탕수수당 흑당을 추가한 음료입니다. 대만 브랜드 '타이거슈가'는 6개월 만에 매장 수가 23개까지 늘었고, 다른 음료 매장에서도 흑당버블티 메뉴가 속속 추가됐죠. 흑당버블티 열풍에 미스터피자에서는 불고기도 치킨도 아닌 대만에서 들여온 타피오카 펄과 흑당을 뿌린 '흑당버블피자'를 만들었고 식품·유통업계도 흑당 막걸리, 아이스크림, 흑당 과자 등 '극한 단맛'에 빠졌습니다.
대만 여행을 가면 꼭 찾아야 한다는 삼미식당의 '대왕 연어초밥'과 1700원에서 1900원 정도의 가성비로 공략한 대만 샌드위치 브랜드 '홍루이젠'도 인기입니다. 중화권 음식은 최근 10여 년간 히트 식품이었는데 양꼬치와 칭따오에 이어 대만식 음식이 대세 대열에 선 건데요.
이렇게 특별히 대만 음식이 우리나라로 몰려오는 요인을 전문가들은 다양하게 해석합니다. 일단 저비용 항공사가 생기면서 대만으로의 여행객이 8년 새 5배 가까이 늘어났기 때문인데요. 현지에서 먹은 음식을 다시 국내에서 재소비하는 사람이 늘어난 겁니다. 특이한 비주얼도 인기 요인입니다. 대왕연어초밥은 초밥 하나가 손바닥만 하고 홍루이젠 샌드위치는 샌드위치 치고 아주 얄쌍합니다. 흑당버블티 특유의 '호랑이 무늬'는 SNS 인증숏을 부르는데요. 경제 저성장 시기일수록 자극적인 음식이 인기를 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미니스커트도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유행한 것처럼 아주 달거나 아주 매운 강한 맛에 빠져든다는 거죠. 일본 제품 불매운동도 영향을 미쳤다, 대만 음식에는 일본 특유의 섬세함과 중화풍 식문화가 적절히 섞여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과거 대만 카스테라처럼 반짝 유행으로 자영업자가 직격탄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가맹본부 사업자에 대한 자격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한 개 이상 지역에서 12개월 이상, 프랑스는 7년 이상 경력에 3개월 이상 매장을 2년 이상 운영했을 때만 가맹본부의 직영점을 운영할 수 있게 했습니다. 대만 카스테라는 만들고 관리하기가 편하다는 장점에 일주일이면 가게를 낼 수 있다고 광고하기도 했는데 이런 낮은 진입장벽과 카스테라 말고 대체할 메뉴가 없다는 점도 수명을 단축시켰습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단순히 트렌드에 휩쓸리는 것보다는 본사의 사업 아이템이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지 꼼꼼히 분석하고 다양한 메뉴를 개발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촬영/이민경 편집/김창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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