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은지 기자 = 오스카 4관왕을 휩쓸며 단연코 화제 1위인 영화 '기생충'! 기생충의 모든 것, 비하인드 키워드로 살펴봅니다.
1. 봉준호 감독이 작품을 처음 구상한 건 2013년 '설국열차' 후반 작업을 할 때입니다. 제목은 처음엔 부자와 가난한 자가 대칭을 이룬다는 뜻의 '데칼코마니', '한 지붕 세 가족', '해피투게더'가 될뻔했는데요. '살인의 추억'처럼 역설적인 느낌을 줄 수 있는 '기생충'으로 최종 결정됐습니다.
2. 기생충에서 빈부격차를 나타내는 중요한 장치 '냄새'는 한진원 작가의 초고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봉 감독은 부잣집 꼬마가 가난한 가족 아버지의 냄새를 맡고 '아줌마한테도 같은 냄새가 난다'라고 말하는 대목이 있었는데 그 부분 덕분에 이 작품을 지배하는 냄새라는 중요한 키워드를 잡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는데요. 실제 영화에서도 반지하 냄새를 살리기 위해 삼겹살을 구워 기름때를 배게하고 지하 특유의 곰팡이 냄새를 위해 소품팀이 직접 소량의 음식물 쓰레기를 만들어 모기와 파리를 꼬이게 했습니다.
3. 영화 곳곳에는 봉 감독의 학창 시절 기억들도 배어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대학시절 당시 여자친구에게 소개를 받아 부잣집 중학생 수학 과외를 한 적이 있다고 하는데요. 학생이 집에 있는 개인 사우나를 자랑하며 보여줬는데 매우 충격을 받았고 그들의 개인적 영역에 침입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합니다. 두 달 만에 잘렸지만 매주 과외 하러 갈 때마다 친구를 한 명씩 집에 침입시키면 얼마나 재밌을까 생각했다고 하니 그때부터 기생충이 차곡차곡 쓰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영화 속에서 '복숭아'가 무기로 사용된 것 역시 봉준호 감독의 경험에서 나온 겁니다. 대학교 엠티에서 친구 한 명이 복숭아 알레르기 때문에 얼굴이 빨개지고 갑자기 발작이 일어난 걸 보고 겉 보기엔 예쁘지만 누군가에게는 무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매우 영화적이라고 생각했다고 하네요. 영화에는 안 나오는데 이름은 계속 언급되는 건축가 '남궁현자'의 이름은 독특한 이름을 생각하다 친구 중 '남궁' 성을 가진 잘생긴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그렇게 부러웠다고 해요. 그 이름에서 착안한 거라고 하는데 '설국열차'에서 송강호 역 이름도 '남궁민수'죠.
4. 봉테일이라고 불리는 봉 감독을 이야기할 때 디테일을 빠트릴 수 없는데요. 기생충 속에도 디테일이 살아있습니다. 반지하 동네는 만든 게 아니라 '구해온' 건데요. 재개발 지역 오래된 벽돌을 실리콘으로 떠서 벽돌을 만들고 전깃줄, 문짝, 방충망 등은 더 현실감 있게 만들기 위해서 철거 예정인 재개발 지역의 것을 그대로 가져와 만들었습니다. 한우 채끝살을 넣은 '짜파구리'도 그냥 끓인 게 아니라 전문 푸드팀 손에서 탄생한 작품인데요. 부잣집 수행기사와 파출부, 미술 학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학생들 등도 직접 인터뷰 한끝에 "고독한 한 남자를 동행하는 일", "38선 아래로는 골목까지 훤합니다" 같은 살아있는 표현들이 나왔습니다.
트위터에서만 160만 건의 언급 양을 기록하며 전 세계가 기생충 열풍입니다. 농심은 영화에 나온 '짜파구리' 조리법을 11개 언어로 소개하는 영상을 게재했고 한 쇼핑몰에서는 '돌 잡이용 오스카 트로피'를 제작해 판매하기도 합니다. SNS에서는 스틸컷과 영화 포스터를 패러디한 각종 사진들이 올라오고 있는데요. 현재 북미 상영 중인 '기생충'은 현지에서 상영관이 2000개관까지 확대될 전망이고 국내에서는 오는 26일 흑백 버전으로 다시 개봉됩니다.
(촬영/이민경 편집/김창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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