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대응·다른 후보 모색 등 선택지 놓여
김정태 회장 4연임도 가능해 차기 회장 육성
[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유력 차기회장 후보로 꼽혀온 함영주 부회장이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 '중징계(문책경고)'를 받으면서 하나금융그룹의 후계구도도 안갯속에 빠졌다. 제재가 최종 확정되면 함 부회장의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이 법적대응, 김정태 회장을 포함한 다른 후보 모색 중 어떤 시나리오를 택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31일 DLF 3차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함 부회장에 문책경고를 결정했다. 앞서 금감원이 사전 통지한 '문책경고'가 그대로 확정된 것이다. 그 동안 금융권에서는 내부통제 부실 책임을 경영진에 물을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함 부회장이 제재심에선 결국 경징계를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종합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받으며 눈을 감고 있다. 2019.10.21 leehs@newspim.com |
비록 제재심이 금감원장 자문기구로 전일 결과가 확정안은 아니지만, 최종 징계수위가 낮아질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윤석헌 금감원장이 "시장에 올바른 시그널을 내보내야 한다", "제재심 결론을 존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서다. 특히 이번 경영진에 대한 징계는 금감원장 전결사안으로, 금융위원회 의결 과정 등에서 낮아질 여지가 없다.
중징계가 최종 확정되면 함 부회장은 잔여 임기만 채우고 연임을 할 수 없다. 함 부회장은 올해 초 1년 임기를 연장했다. 특히 금융권 취업이 3년간 제한되기 때문에 하나금융 차기 회장 후보에도 도전할 수 없다. 그 동안 함 부회장은 김정태 회장의 후계자 1순위로 꼽혀왔다. 김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1년 3월 말까지로, 올 연말쯤 차기 회장 후보 추천위원회를 가동해야 한다.
이 경우, 하나금융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이의신청, 법적대응 수순이 있다. 금융회사가 제재심 결과가 나온 후 한달 내 이의신청을 하면 금융당국은 60일 내 재심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이의신청이 기각되면 법원에 금감원의 제재 효력을 멈춰달라는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승소를 기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방법은 하나금융과 금감원 간 전면전으로 비춰져 부담이다. 특히 하나금융은 채용비리, DLF 자료 고의삭제 등의 사건으로 수차례 금감원과 마찰을 빚은 전적이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하나금융에 대한 금감원의 감정이 좋지 않다는 것은 다들 아는 이야기"라며 "소송전으로 가기엔 회사로선 부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나금융은 다른 차기회장 후보를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김 회장의 4연임 추진도 배제할 수 없다. 하나금융의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따르면 이사의 재임 연령은 만 70세까지다. 다만 재임 중 만 70세가 되면 최종 임기는 해당일 이후 최초 소집되는 정기 주주총회일까지다. 1952년생인 김 회장은 내년 만 69세로, 1년가량 재직할 수 있다.
다른 후보를 찾을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지성규 하나은행장,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 윤규선 하나캐피탈 사장 등 주요 계열사 대표와 다른 외부 후보들로 후보군이 꾸려진다. 2년 전에도 하나금융은 내·외부 후보 16명으로 롱리스트를 압축했다. 경징계를 받은 지성규 행장, 장경훈 사장은 금융권 취업에 제한이 없다.
하나금융 측은 전일 제재심 결과가 발표된 후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현재로선 드릴 말이 없다"고만 전했다.
함 부회장에 대한 징계수위는 다음달 중엔 최종 확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31일 기자들과 만나 DLF 제재심 결론 수용 여부 및 시기에 대해 "신중히 검토하고 가급적 빨리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경영진 제재는 금감원장 전결사안이지만 기관에 대한 징계는 금융위 최종 의결이 필요하다. 경영진, 기관에 대한 징계는 하나의 검사서로 전달되며 징계 효력은 당사자가 검사서를 통보받은 뒤 발생한다. 다음달 두 차례 금융위원회 정례회의가 예정됐으며, 이 자리에서 최종 징계수위가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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