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임상 실패에 글로벌 투자자 외면
"앞으로 공식초청 심사 더 깐깐해질 것"
[서울=뉴스핌] 김유림 기자 = '2020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 공식 초청을 받은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미팅룸' 조차 제공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1대 1 호스팅 프로그램에 참석하는 바이오 회사에게 JP모건 측은 매년 '미팅룸'을 마련해 줬다. 하지만 올해는 K-바이오에 대한 글로벌 기관투자자의 관심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미팅룸' 부여 리스트에서 제외됐다.
10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올해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 공식 초청을 받은 국내 바이오 회사 중 발표 세션에 참석하는 곳 이외에는 참석 명단이 게시되지 않았다.
바이오 회사 관계자는 "JP모건에 공식 초청을 받은 기업이 확인하는 온라인 사이트에 들어가면 작년까지 리스트를 확인 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올해는 발표 기업만 나온다. 1대 1 호스팅 프로그램에 초청받은 우리 회사 이름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JP모건에 확인해보니 국내 바이오 기업과 미팅을 원하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들었고, 모든 1대 1 호스팅 한국 회사에게 미팅룸을 제공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미팅룸이 따로 마련되지 않으면 초청 명단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금융기업 JP모건 체이스 앤 컴퍼니(J.P. Morgan Chase & Co.) 뉴욕 본사 전경. [사진=로이터뉴스핌] |
올해 38회를 맞이하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는 오는 13일부터 16일까지(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다. 글로벌 금융기업인 JP모건 체이스 앤 컴퍼니(J.P. Morgan Chase & Co.)가 매년 1월 50여개 나라, 1500여개 제약·바이오기업을 초청해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여는 자리다.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가 공식적으로 준비하는 프로그램은 메인트랙 발표, 이머징(emerging)마켓 발표, 1대 1 호스팅이 있다. 이밖에 미팅을 위한 참석은 공식 초청을 받았다고 볼 수 없다.
메인트랙에서 발표하는 기업은 이미 전 세계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의미다. 한 단계 낮은 이머징마켓 발표 역시 시가총액과 파이프라인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보면 된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메인트랙 발표자로 확정됐다. 이머징마켓 트랙에서는 한미약품, 대웅제약, 제넥신, 휴젤, LG생명과학 등이 발표한다.
1대 1 호스팅은 JP모건 측이 미리 투자자들의 수요를 측정하고, 바이오 회사를 초청해 인근 호텔룸을 배정해준다. 그러나 올해는 K-바이오가 글로벌 기관투자자의 외면을 받으면서, 미팅룸 제공에서 배제된 것이다.
증권가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한국 증시의 대내외 악재 및 글로벌 임상 잇단 실패를 주요 요인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은 미·중 무역분쟁 및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 글로벌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고전을 이어갔다. 첫 거래일부터 2000선이 무너졌고, 8월엔 1900선까지 고꾸라졌다. 1900선이 무너진 것은 2016년 6월 이후 처음이었다.
특히 코스닥 시장은 시가총액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던 바이오 종목의 연이은 대형 악재에 3년 만에 사이드카까지 발동됐다. 무엇보다 K-바이오의 신약 개발 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연초부터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의 세포주가 바뀌는 전 세계 유례 없는 사건이 터졌다. 코스닥 시총 2위였던 신라젠 '펙사벡'의 임상 3상 중단, 에이치엘비와 메지온의 글로벌 임상 3상 1차 지표 증명 실패, 헬릭스미스의 약물 혼용 등 투자심리를 냉각시켰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가 내년에는 K-바이오를 더 깐깐하게 심사할 예정이다"며 "1대 1 호스팅에서 미팅룸 배정 여부 자체도 더욱 까다로워지고, 초청을 받는 것 자체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귀띔했다.
ur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