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은행 수익성 저해하면 '안된다' 목소리 낼 것"
"노조와 대화하고 싶다. 인사 투명하고 공정하게 할 것"
[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은 관료 출신으로 '친정부 경영'을 펼칠 수 있다는 세간의 우려에 "은행장으로서 기업은행 직원 편에 설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윤종원 행장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연수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3일 취임 후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는 노조에 막혀 본점 출근이 무산되자 금융연수원에 마련한 임시사무실로 출근해 집무를 보고 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윤종원 신임 IBK기업은행장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0 범금융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0.01.03 mironj19@newspim.com |
그는 기업은행이 무리하게 정부정책만을 따를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기업은행은 마진만 추구해서는 안되고 기술금융, 동산담보 등 혁신금융을 추구하는 변화에 앞장서야 한다"며 "시중은행은 수익성 탓에 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도 "기업은행의 수익성을 신경쓰지 않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라며 "정부 정책이 지나치게 은행의 수익성을 저해할 것으로 보인다면 은행장으로서 '못한다'고 목소리를 강하게 낼 것이다. 나는 정부와 충분히 소통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경영계획 키워드로 '바른경영'을 제시하면서 거듭 직원들과의 소통도 강조했다. 윤 행장이 그리는 바른경영은 기업이 사회약자들을 포용하는 책임경영에 나서는 것 외에 직원들과의 소통도 포함돼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은행은 전 직원과 공감대를 모아야 맞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설령 문제가 있어도 전 직원과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야 빨리 돌아서 불만없이 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것이 정도(正道)이고, 즉 바른 길"이라고 설명했다.
노조와의 갈등을 봉합할 방안에 대해서는 "노조와 대화를 하고 싶다"며 "행장 선임과정 절차상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면 정부에 건의할 수도 있다. 인사 역시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본점 출근시도는 고민 중이다. 윤 행장은 "계속 본점에 가는 것이 망치로 얼음을 깨려는 것 같고, 또 은행의 혼선을 밖에 알리는 것 같아 사실 고민스럽다"며 "그렇다고 명분을 쌓기 위한 목적으로 가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윤 행장은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해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 서기관, 기획재정부 종합정책과장·산업경제과장, 경제정책국장,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특명전권대사, 연금기금관리위원회 의장,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등을 두루 역임했다.
지난 2일 기업은행장으로 선임됐으나, 노조의 '출근저지' 투쟁 탓에 서울 을지로 본점에 들어서지 못했다. 노조는 윤 행장을 낙하산 인사로 규정하고, '낙하산 인사 근절' 약속을 파기한 청와대와 여당에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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