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갈수록 무력화…핵·미사일 확산 위험"
[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불법환적을 통한 북한의 유류·석탄 거래가 계속되고 있는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무력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011~2016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한 후루카와 카쓰히사 전 위원은 7일 보도된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불법 행위를 수없이 적발하고도 실제 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 선박의 불법 환적이 의심되는 사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일본 방위성] |
후루카와 전 위원은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불법 환적은 매우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불법 환적된 정제유가 2018년 북한 항구에 최소 263차례 들어갔고 수입량은 최대 378만 배럴에 달한다. 1.5일에 한 번씩 환적이 이뤄진 셈"이라고 밝혔다.
후루카와 전 위원은 "북한이 석탄 수출을 중단했다는 어떤 결정적 증거도 본 적이 없다"며 "질 좋은 북한산 무연탄에 대한 수요가 높고 북한은 원산지 위조에 능해 북한산 석탄이 러시아산으로 둔갑해 여러 나라에 수출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 영국, 프랑스, 호주 등이 북한의 불법 환적을 단속하기 위해 해상작전을 벌이고 있음에도 한계가 분명히 있다고 평가했다. 환적 장면을 촬영할 순 있지만 어떤 물품이 옮겨지는지는 정확히 알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그러면서 "단속 의지가 있는 나라들이 환적 현장을 포착하면 미국과 한국 등은 북한의 해외 조력자들에게 제재를 가하지만 다른 유엔 회원국들은 유엔 안보리가 뭔가 결정을 내릴 때까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며 "국내법과 행정적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후루카와 전 위원은 중국과 러시아가 최근 노골적으로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데 대해서는 "두 나라가 이젠 제재 완화가 북미 대화를 촉진시킬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을 한 것"이라며 "대부분의 책임은 중러에 있지만 이들은 유럽, 중동, 아프리카, 일본, 한국, 대만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기반을 둔 북한 조력자들과 협력한다"고 설명했다.
후루카와 전 위원은 북한이 부품과 원재료를 분해하는 방식으로 핵·미사일 관련 설비를 계속 반입하며 대량살상무기 위협을 키우고 있다고 알렸다.
그는 "가령 컴퓨터 회로의 경우 미사일용인지 산업용인지 알 길이 없다"며 "지난 10년 동안 이중용도 영역이 크게 확대됐고, 다수의 유엔 회원국들은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직접적 경험도 없다"고 말했다.
후루카와 전 위원은 "북한은 모든 장비와 부품을 자체 조달할 수 없는 만큼 해외에서 정기적으로 들여와야 한다"며 "이런 활동이 중단됐다는 증거를 본 적이 없고 북한은 원자로를 여전히 가동 중"이라고 덧붙였다.
heog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