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9일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서 예상 밖 낙승
'나경원 사실상 경질' 강행서 당 내 견제심리 강해져
심재철 '대여투쟁' + 김재원 '물밑 협상' 기대감도
[서울=뉴스핌] 김승현 김규희 기자 = 자유한국당 새 원내사령탑으로 5선의 심재철 의원이 당선됐다. 또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에는 3선 김재원 의원이 선출됐다.
4파전으로 치러져 판세를 쉽지 않았던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심재철·김재원 조합은 1차 투표 1위, 2차 투표 낙승이라는 다소 예상 밖의 결과를 이끌어냈다.
당 내에서는 황교안 대표로의 지나친 쏠림 현상에 대한 현역 의원들의 견제 심리가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또한 대여 투쟁에 있어 강경한 모습을 보여왔던 심 원내대표와 '물밑 협상의 달인'으로 알려진 김재원 정책위의장의 조합이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한 몫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신임 원내대표·정책위의장에 당선된 심재철(왼쪽)·김재원 의원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9.12.09 leehs@newspim.com |
한국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국당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선출 의원총회를 열고 결선투표 끝에 심 원내대표와 김 정책위의장을 선출했다.
총 제적의원 108명 중 당원권이 정지된 박순자 의원과 끝내 기권한 김세연 의원을 제외하고 106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심‧김 후보는 1차 투표에서 39표로 가장 많은 표를 얻었으나 과반을 넘기지 못해 강석호‧이장우 의원, 김선동‧김종석 의원과 함께 결선투표를 치렀다.
결선 투표에서 심 원내대표는 52표로 최종 선출됐다. 강석호·김선동 의원은 결선 투표에서 각각 27표에 그쳤다.
이 결과에 대해 한 4선 중진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틀 전만 해도 초·재선 의원들이 규합하는 것으로 보였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표가 분산됐다"며 "또한 지난번 최고위에서 나경원 전 원내대표 임기 연장을 안 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한 반발심도 있었다. 재선인 김선동이 되면 '친황 체제가 구축 된다'는 소리가 많으니 이에 대한 견제심리가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복당파, 친박·비박은 희석됐다. 이번에는 친황 구축 (반발이) 제일 컸던 것 같다"며 "원내대표 임기는 의총에서 연장 여부를 정해야 하는데 최고위에서 결정한 것에 대한 반발, 그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황교안 대표는 단식 후 첫 인사에서 PK 지역 초선인 박완수 의원을 사무총장에 전격 발탁하며 초·재선을 중용할 뜻을 밝혔다. 또한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 불허를 의원총회에 맡기지 않고 직접 최고위에서 결정하며 본격적으로 친정 체제 구축에 나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도권 한 재선 의원은 "당이 '친황·TK'에 대해 노이로제가 걸렸다. 역차별을 받을 정도"라며 "어차피 이번 총선은 수도권 선거가 관건이니 수도권에 힘을 싣자는 분위기에, 또 계파가 없는 점에서도 표심이 작동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수도권 한 3선 의원도 "초·재선과 TK·PK 쏠림에 대한 견제가 없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부터), 문희상 국회의장, 심재철 신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재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9.12.09 kilroy023@newspim.com |
황 대표에 대한 현역 의원들의 견제심리 외에 꽉 막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심재철·김재원 조합이 전략적으로 어필했다는 평가도 많았다.
앞선 수도권 3선 의원은 "싸움꾼과 전략가의 조합이 잘 됐다"며 "오늘 연설도 좋았고 (의원들이) '심은 싸우고 김은 꾀를 내라' 이렇게 묶어 본 것 같다"고 분석했다.
4선 중진 의원도 "심과 김은 모두 강경파다. 그러나 지금은 평시와 다르게 협상의 시간이 절벽에 왔다. 이 시점에서 강경론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오히려 어디가 마지노선인지 원내대표가 파악하고 의원들의 동의를 구하면서 마지막 협상을 끌어내야 한다. 그것이 지금 필요한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수도권 재선 의원은 "김재원 의원은 패스트트랙 법안 관련 실무 간사 역할을 했다"며 "앞으로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연속성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TK(대구·경북)지역의 한 재선 의원은 "아무래도 지금은 초·재선에게 맡기기는 불안하다. 협상하고 문제를 푸는 데는 당사자의 무게도 중요하다 것을 의원들이 생각한 것"이라며 "심·김은 앞으로 투쟁할 때는 투쟁하고 불가피하게 협상할 때는 협상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