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기념재단 등, 옛 전남도청서 5·18 비공개 사진 설명회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39년 만에 대중에 공개된 보안사령부 생산 5·18 사진첩은 '전두환 보안사령관 보고용'이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5·18기념재단과 5·18민주화운동기록관, 대안신당(가칭)은 3일 광주시 옛 전남도청 별관에서 '광주의 눈물, 그날의 참상'을 주제로 '5·18 비공개 사진 대국민 설명회'를 열고 지난달 공개한 '보안사 사진첩' 13권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보안사령부 생산 5·18 사진첩 일부 [사진=대안신당 최경환 국회의원실] 2019.12.03 kh10890@newspim.com |
이성춘 5·18기념재단 자문위원 겸 송원대학교 국방경찰학과 교수는 "이번에 공개된 사진첩은 당시 계엄군이 직접 채증한 자료와 자진 제출·수거한 언론사 촬영 사진 등을 모아놓은 것으로 보인다"며 "사진첩은 군 작전보고서 작성과 우호 여론 조성용, 5·18 관련 재판에 제출할 증거자료로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군의 폭력성이 두드러지는 사진과 함께 편파적이고 왜곡된 사진 설명('난동자'·'폭도'·'탈취'·'방화')을 적은 것은 5·18 당시 광주에서의 군 활동을 합리화하는 근거와 논리를 만든 것이다"고 설명했다.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5·18기념재단이 3일 오후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별관에서 '5·18 비공개 사진 대국민 설명회'를 개최했다. 2019.12.03 kh10890@newspim.com |
다만 이 교수는 일부 사진에 '살인마 전두환', '두환아 내 자식 내놔라' '전두환 죽여라'가 적힌 현수막이 나온 것으로 보면, 이 대령이 8월 28일 취임한 노태우 신임 보안사령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만들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김태종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연구실장 역시 "군이 진압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사진 설명을 왜곡한 것이 다수 발견됐다"며 신군부가 5·18을 왜곡·은폐했다는 사실에 힘을 보탰다.
그는 "시민군을 '폭도', '극렬분자', '사회혼란 조성자', '난폭자들'로 표현해 사진 설명 자체가 왜곡된 것이 상당수였고 자신들에게 불리한 사진은 설명을 붙이지 않는 등 철저히 보안사 중심으로 작성된 정황이 보였다"고 말했다.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김태종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연구실장이 3일 오후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별관 1층에서 열린 5·18 비공개 사진 대국민 설명회 '광주의 눈물, 그날의 참상'에서 보안사령부가 보관해 온 5·18 관련 사진을 설명하고 있다. 2019.12.03 kh10890@newspim.com |
안길정 5·18기념재단 자문위원도 역시 "보안사가 수사·재판에 악용할 사진 자료를 의도적으로 편집해놓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제작 목적은 사진첩 표제·목차 하단에 적힌 '증거 자료'에서 시사된다"고 주장했다.
안 위원은 "합동수사본부를 지휘한 보안사 대공처가 민주화운동을 소요 폭동으로 날조하고 그 연루자들을 처벌하기 위한 입증 자료용으로 수집·제작한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공개된 사진첩 17권 중 13권(5~17권, 1769매·중복 포함) 내용 대부분은 시위대의 과격성과 군경의 피해 상황을 부각하고 있다. 군에 불리한 내용이 담긴 사진 대부분은 은폐·왜곡됐다.
신군부는 80년 5월 캐터필러 궤도로 된 장갑차는 계엄군만 몰았는데도 7~8권 사진에 '시위대가 끌고 다니다 버린 장갑차'라고 왜곡했다.
1980년 5월 27일 도청 진압작전 직후 촬영·채증·수집한 사진 5장 중 시민군(윤상원 열사로 추정)이 총상으로 사망한 모습이 담긴 1장도 사진첩에 누락시켰다.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39년만에 공개된 5.18 비공개 사진이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에 전시 됐다. 2019.12.03 kh10890@newspim.com |
신군부는 재야 측에 홍남순, 학생 측에 정동년을 주모자로 놓고 수괴 자리에 김대중을 설정했다. 신군부가 무력 진압과 정권 찬탈을 정당화하기 위해 5·18 항쟁을 불순한 성격을 가진 것이라고 날조했고, 김대중 내란 음모와 5·18을 하나로 엮어 자신들을 국난극복의 영웅으로 미화했다는 뜻이다.
대안신당은 이날 사진 설명회에 이어 5일 국회에서 보안대가 공개한 사진첩 외에 보안사가 1980년부터 2005년까지 만든 5·18관련 문서와 자료목록 2321건을 공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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