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시속 250km의 강력한 허리케인이 도시를 강타한다. 헤일리(카야 스코델라리오)는 대피 명령을 무시하고 연락이 두절된 아버지 데이브(배리 페퍼)를 찾아 옛집으로 향한다. 집 지하실에서 부상을 입은 채 쓰러진 데이브를 발견한 헤일리는 곧장 탈출을 시도한다. 하지만 그 순간 아버지에게 상처를 입힌 거대한 악어가 나타난다.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영화 '크롤'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2019.11.25 jjy333jjy@newspim.com |
영화 '크롤'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한 작품이다. 지난 2009년 미국 남동부를 휩쓴 허리케인으로 홍수가 발생, 주거 지역에서 악어가 발견됐다. 영화 또한 미국 남동부 끝자락에 위치한 플로리다를 배경으로 초대형 허리케인과 식인 악어 떼가 출몰하며 시작된다. 현실 가능성이 있는 상황을, 역시나 현실 가능성이 있는 곳에서 극화해 풀어냄으로써 몰입도와 긴장감을 챙겨 출발한다.
설정 자체도 영리하다. 한정된 공간과 동시다발적 위기상황을 활용해 공포감을 극대화했다.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지하실이란 좁은 공간은 서서히 관객의 숨통을 옥죄며 심정적 동요를 일으킨다. 여기에 하나가 아닌 두 가지 큰 재난을 덧대 관객을 완전히 공포 속으로 몰아넣는다.
정·재계의 음모나 인류 구원 등에 관심이 없다는 점은 흥미롭다. 국가 기구에 전면적인 불신을 드러내며 이를 꼬집는 게 일반적인 재난 영화의 공식이자 관습. 하지만 '크롤'은 이런 거창하고 거시적인 메시지보단 '가족애 회복'이란 서사에만 오롯이 집중한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이 역시 진부할 수 있겠지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는 점에서 분명한 장점이다.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영화 '크롤'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2019.11.25 jjy333jjy@newspim.com |
모녀 탈출기에서 아버지가 아닌 딸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것도 놓쳐서는 안될 부분이다. '크롤'에서는 딸을 구출하는 '슈퍼맨' 아버지의 영웅적 면모를 찾아볼 수 없다. 되레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딸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이 영화에서 아버지의 역할은 말로 행동전략을 짜는 것뿐, 식인 악어 떼와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 건 그의 딸 헤일리다. 신선하다.
헤일리는 영화 '메이즈 러너' 시리즈와 '캐리비안의 해적:죽은 자는 말이 없다' 등에 출연한 카야 스코델라리오가 열연했다. 온몸을 던진 액션 연기는 이번에도 빛을 발한다. 실제 카야는 헤일리 역을 위해 매일 수영 연습(극중 헤일리는 수영 선수다)을 하는가 하면, 코어 강화 운동과 근력 만들기에 집중했다고 한다. 2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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