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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탁상공론' 민낯 드러낸 조희연의 'AI 특성화고'

기사입력 : 2019년11월22일 14:35

최종수정 : 2019년11월22일 14:35

업계 "전문가 없는데 어떻게 인재 키우나" 지적
준비없이 비현실적 계획만 공개, 실태조사도 없어
4차 산업혁명 시류 편승, 현실적인 대안 마련해야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탁상공론이네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19일 내놓은 인공지능(AI)·빅데이터 특성화고 10개 전환 계획에 대해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대기업 관계자는 이같이 평가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류에 편승하는 급조된 정책이라는 날선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서울시교육청이 미래 인재 육성을 위해 내놓은 이번 정책은 2024년까지 서울소재 특성화고 70곳 중 10곳을 AI 및 빅데이터 특성화고로 바꾼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ICT 업계 반응은 차갑다. 현실성과 실효성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대표적인 부분이 교사충원 여부다. AI와 빅데이터 교육을 위해서는 이론과 실무를 모두 아우르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이 공개한 대책은 현 특성화고 교사 4300여명을 대상으로 연수를 실시한다는 내용이 전부다.

ICT 대기업 관계자는 "AI는 교과목이 아니다. 비전문가인 교사에게 연수를 시키고 다시 전달하는 지식은 학원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문성을 보유한 인재는 대기업도 수억원의 연봉을 주고 모셔와야 할 정도로 귀하다. 코딩 한줄이면 AI 전문가가 된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기업들이 채용하는 AI·빅데이터 인재 기준은 매우 높다.

과거처럼 특정 언어를 능숙하게 다루는 능력은 이제 기본기에도 속하지 못한다. '자바'나 'C++', '파이선' 같은 다양한 언어를 얼마나 능동적으로 조합하고 설계하는지가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이런 프로그래밍을 실제 모델에 적용해본 '경험'이 핵심인데, 이런 프로젝트는 대학교 뿐 아니라 대학원에서도 쉽게 도전하기 어렵다. 고등학교 차원에서 시도할 과제 자체가 아니라는 의미다. 

대기업들이 인재확보를 위해 대학교와 산학협력을 맺고 매년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에 예산을 투입하는 이유 역시 보다 실무에 근접한 경험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기 위함이다.

이 관계자는 "SK그룹이 AI 미래 신사업 역량을 키우기 위해 내년 1월 출범을 예고한 'SK유니버시티'는 내부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한다. 시사하는 바가 큰 결정"이라며 "대기업에서 수년간 실무를 경험하고 역량을 쌓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해야지 성과가 있을 정도로 AI는 고차원적이고 복합적인 영역이라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허술한 정책으로 인해 결국 학생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는 우려도 높다.

스타트업 대표는 "기존 특성화고에 간판만 바꾸는 것 같은데 과연 이곳에 자신이 배운 AI 이론을 직접 해볼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출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기술은 실전이다. 직접 뛰어들어 도전하고 실패하며 배워야 한다. 이론만 대충 아는 수준이라면 대기업은 물론 스타트업에서도 필요없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 특성화고를 선택한 학생들만 좌절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지적에도 조 교육감은 "특성화고 인재가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 갈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준비가 부족하니 계획이 부실한데 무턱대고 기대감만 키우는 모습이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출발하는 AI·빅데이터 특성화고가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서울시교육청의 탁상공론이 학생들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되기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peterbreak2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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