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4차 산업혁명은 모든 사물과 인간을 연결하여 빅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이용하여 인공지능으로 학습해, 결국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는 시대를 말한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산업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정치 등 전 분야에 걸쳐서 막대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글로벌뉴스통신사 뉴스핌은 '김정호의 4차혁명 오딧세이' 칼럼을 매주 연재하며 4차 산업혁명의 본질과 영향, 그리고 전망을 독자들에게 쉽게 소개하고자 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바로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표현할 수 있으며 그 핵심 부품이 반도체이다. 이들 핵심 기술의 개념과 원리, 응용을 설명하여 일반 독자들이 4차 산업혁명에 대해서 공감하고 이해하며 더 나아가 개인과 기업, 국가의 미래를 계획하는 것을 돕고자 한다.
김정호 카이스트(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는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AI대학원 겸임교수, IEEE펠로우, 카이스트 ICT석좌교수, 한화 국방 인공지능 융합연구 센터장, 삼성전자 산학협력센터장 등을 겸하고 있다.
거울과 인공지능
가을이 깊어지면서 주말에 놀러 간 충북 영동의 백화산의 단풍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주말에 비가 오면서 잎이 떨어진다. 그럼 발길에 낙엽이 흩어진다. 이제 겨울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한 해가 마무리되어 간다. 시간이 아쉽지만, 계절은 매번 이렇게 옷을 갈아입는다. 이런 깊어가는 가을에 꼭 맞는 꽃이 국화이다. 그때 불현듯 생각나는 시가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이다.
김정호 교수 |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학교 때 교과서에 실렸는데, 아직 구절 대부분이 외워진다. 여기서 누님은 어머님, 장모님, 그리고 아내를 연상시킨다. 같이 외출할 때, 거울 앞에서 예쁜 화장하는 아내의 모습은 국화와 같다.
우리가 보통 거울을 볼 때는 샤워를 하거나, 세수하거나, 면도하거나, 옷을 갈아입고 외출할 때이다. 얼굴에 뭐 묻는 것이 없나 확인한다. 혹시 나이 들면서 인상이 나빠지지 않았나 표정도 바꾸어본다. 그러면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기도 한다. 거울은 나를 돌아보는 반사경이다.
그런데 미래의 인공지능은 거울을 보면서 자신을 돌아볼까? 이미지 속의 자신과 그 이미지나 안의 거울 속의 자신을 구분할 수 있을까? 지금 생각에, 거울과 자신을 구별할 수 있고, 자신을 스스로 반성할 수 있는 인공지능은 지금 당분간 없다. 매우 복잡하고 상상하기 어려운 학습 과정이 필요하며, 새로운 인공지능망 구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거울'과 '국화', '누나', '울었다' 그리고 '무서리'의 의미를 알아야 인공지능이 '국화 옆에서'와 같은 시를 창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 임계점(Singularity)이 오더라도, 이러한 이유에서 인공지능이 시를 쓰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인공지능이 시를 쓸 수 있고, 그 시가 인간에게 감동으로 다가온다면, 인간은 더는 없다.
얼마 전 가을을 맞아 고속도로 휴게소 화분에서 본 약간 빛바랜 국화. [출처=KAIST] |
꽃과 인공지능
자연에 있는 대상 중에 가장 아름다운 것이 '아기', '강아지', '별', 그리고 '꽃'이다. 보기만 해도 예쁘고, 눈을 떼지 못한다. 그 꽃을 노래한 시 중에서 가장 마음을 울리는 시가 바로 김춘수의 '꽃'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인공지능이 시 '꽃'을 이해하려면, 꽃의 생물학적 의미와 본능적 아름다움을 알아야 한다. 나비와 벌에도 감정이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향기', '빛깔' '이름'의 의미와 감동을 학습해야 한다.
아마 인간의 본능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언젠가 꽃은 지고 떨어진다는 것도 학습해야 한다. 화려한 꽃과 일찍 피는 꽃이 먼저 진다. 그러니 인공지능이 학습을 통해 지능이 향상한다고 해서 이런 시를 창작하기는 쉽지 않다. 마지막 남은 인간의 위안이다.
올가을 아파트 화단에 핀, 혼자 화려한 외로운 이름 모를 꽃. [출처=KAIST] |
인공지능이 시를 쓰려면
인공지능이 시를 쓸 수 있으려면 단어의 뜻을 많이 알고 있어야 한다. 거기에 더해 역사, 관계, 연관성도 경험해야 한다. 그리고 그 사물의 냄새, 소리, 이미지까지도 기억하고 상상해내야 한다.
별, 바람, 풀, 바다, 비 등을 생각하면 그 음향과 소리도 기억해 낸다. 거기에 추억도 묻혀있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은유, 직유와 같은 비유법도 이해하고 쓸 수 있으려면 그만큼의 지능과 학습 기법이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을 학습하려면 모두 데이터에 담아 학습시켜야 한다. 사랑도 나누는 경험이 필요하다. 다행인 것은 우리가 태어나서, 혹은 본능적으로 얻은 이러한 지능과 지식은 거의 무한대의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행히 인공지능은 아직 그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다. 무한대의 빅데이터와 무한대 성능의 컴퓨터와 창의적인 인공지능 구조가 필요하다.
김정호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 joungho@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