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윤혜원 이학준 기자 = 국내 대학가의 '홍콩 시위 지지' 갈등이 대자보 철거나 훼손을 넘어 폭력 사태로 번지면서 격화일로를 걷고 있다.
20일 서울 서대문경찰서와 명지대학교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8시쯤 명지대 인문캠퍼스에서 한국인 재학생과 중국인 유학생이 간 폭행이 발생했다.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 소속 학생이 11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중앙도서관 터널에 마련된 '레넌 벽'에 부착할 홍콩 시위 지지 포스트잇을 적고 있다. 2019.11.11. hwyoon@newspim.com |
당시 학생회관 1층 기둥에 붙어있던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를 본 중국인 학생은 종이에 이를 반박하는 취지의 글을 적어 대자보 위에 덧붙였다.
이 장면을 목격한 한국인 학생은 대자보를 가리면 안 된다며 중국인 학생을 제지했고 중국인 학생이 이에 반발하면서 승강이가 벌어졌다.
인근에서 근무하던 경비직원은 두 학생의 언성이 높아지는 것을 보고 경찰에 신고했고, 두 학생은 임의 동행 형식으로 관할 파출소에서 조사를 받고 이날 오후 10시쯤 귀가했다.
명지대에 붙은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는 지난 18일 부착됐다가 교내 규정에 따라 20일 철거됐다. 명지대 관계자는 "학교 규정상 학교 측 허가를 받지 않거나 지정된 장소에 게재되지 않은 게시물은 3일 후 철거하게 돼 있다"며 "해당 대자보도 도장을 받지 않고 허용되지 않은 곳에 부착된 경우에 해당해 철거됐다"고 설명했다.
세종대학교에서도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를 둘러싼 말싸움이 있었다. 지난 19일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학생들은 대자보를 칼로 찢고 마커펜으로 '차이나 넘버원(China No.1)', '한국사람 상관이 없다' 등 문구를 적다가 이를 막으려던 한국 학생들과 말싸움을 벌였다.
19일 낮 12시 30분쯤부터 오후 4시쯤까지 서울 광진구 세종대 광개토관과 군자관 인근에 게재된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가 총 네 차례 훼손됐다. 2019.11.19. sunjay@newspim.com |
앞서 지난 12일 고려대학교 안암캠퍼스에서도 정경대 후문 게시판에 붙은 홍콩 시위 대자보가 훼손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이에 고려대 총학생회는 "대자보 훼손이라는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방법으로 학내 구성원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저해한 것에 대해 총학생회는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홍콩 시위 지지 게시물 관련 사건은 이미 고소전으로 확대된 상태다.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은 지난 18일 홍콩 시위를 지지하기 위해 서울대학교에 설치된 '레넌 벽'이 훼손되자 서울 관악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전남대학교 학생들은 지난 18일 홍콩 시위 지지 현수막이 훼손되자 광주 북부경찰서에 사건 수사를 의뢰했다. 연세대학교 학생모임인 '홍콩을 지지하는 연세대 한국인 대학생들'도 교내에 게재된 홍콩 시위 지지 현수막들이 무단 철거되자 지난 12일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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