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충남대 등 캠퍼스 내 홍콩 지지 대자보 철거
"싸움이 아니라 대화 원한다...다른 조치 취했어야"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일부 대학 당국이 홍콩 항쟁을 지지하는 학생들의 대자보를 자체적으로 철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대학생들은 "교내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대학 당국을 규탄했다.
20일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학생모임)에 따르면 한국외국어대학교, 충남대학교 등 일부 대학 당국이 캠퍼스 내 게재된 홍콩 시위 지지 관련 대자보를 자체적으로 철거하고 있다.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 소속 학생이 11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중앙도서관 터널에 마련된 '레넌 벽'에 부착할 홍콩 시위 지지 포스트잇을 적고 있다. 2019.11.11. hwyoon@newspim.com |
이들 대학은 대자보 철거 이유에 대해 '무분별하고 자극적인 대자보와 유인물로 갈등관계가 악화되고 있다',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앞으로의 상황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정된 게시판이 아닌 곳에 붙은 대자보의 경우 불법 게시물이라는 이유로 철거됐다. 학교의 허락을 받지 않은 게시물이라 규정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학교 측 설명이다.
이에 학생모임은 긴급성명을 내고 "표현의 자유를 존중한다고 이야기했지만 실제로는 모순된 행보를 보이는 것과 다름없다"며 "대자보를 둘러싼 학교 당국의 무책임한 태도를 규탄하며 앞으로 대학 민주주의를 보장하는 실질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학 측은 오히려 의견을 표출할 공간을 늘려 학생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보장했어야 했다"며 "설사 폭력 상황이 우려된다고 하더라도 대자보를 철거하기보다 안전을 위한 다른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자보를 둘러 싼 다양한 주체들과 싸움이 아니라 대화를 원한다"며 "그 대화를 위해서라도 대자보는 붙여질 자유, 철거되지 않을 자유, 반박할 수 있는 자유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생모임은 오는 23일 오후 3시 서울시청광장 인근 금세기 빌딩 앞에서 '홍콩의 민주주의를 위한 대학생·청년 긴급행동'을 개최할 예정이다. 집회를 마친 후에는 주한 중국대사관 앞까지 행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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