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중국 대중교통 수단 중에 요즘 모바일 예약 공유차량 '디디(滴滴)'가 대세다. 한국에서 화제가 되는 차량호출 '타다'와 같은 서비스다. 중국의 공유차는 택시보다 가격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부르면 보통 1~3분 안에 도착하기 때문에 편리성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디디추싱(滴滴出行) 앱 하나만 설치하면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세태 변화를 반영하듯 택시를 잡는다는 뜻의 '다처(打車)'라는 말 대신 어느새 디디 다처(滴滴 打車 디디를 부른다)라는 말이 일상화됐다.
회사 일로 기자는 지난달 23일 10년 만에 다시 중국에 와서 상주하게 됐는데 예전과 가장 달라지고 불편하게 느껴진 점은 손만 들면 바로 탈 수 있었던 예전과 달리 택시 잡기가 무척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중국 입국 첫날 기자의 집 구하는 일을 도와주던 중국인 직원 천(陳) 씨는 '아날로그형 삶을 고집하는 사람, 어쩌다 모바일지갑에 돈이 떨어진 경우, 막 중국에 들어온 외국인'이 아니라면 굳이 택시를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귀띔했다.
[사진=바이두] |
당장 '디디'를 이용하기로 작정을 하고 천 씨의 안내로 일단 은행 계좌를 연 뒤 중국의 카카오톡인 웨이신(微信, 위챗)과 연동시켜 모바일 위챗페이를 개설했다. 그런 다음 스마트폰에 모바일 예약 공유차량인 디디추싱 앱을 설치하자 바로 디디이용이 가능해졌다. 디디앱을 열자 나의 (승차) 위치가 정확히 표시되고, 그 아래 행선지(妳要去哪兒)를 입력하자 이를 확인한 최 지근거리의 공유차량 기사가 1분 만에 달려왔다. 목적지에 내려서는 인공지능이 계산해낸 요금에 지문을 인식하자 자동으로 결제가 완료됐다.
디디는 반세기가 넘는 대중교통 수단으로서의 중국 택시영업 환경에 혁명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한국에서 늘 문제가 되는 승차거부와 운행경로 및 요금을 둘러싼 시비 여지가 말끔히 해소됐다. 택시보다 깨끗해 쾌적성도 개선됐다. 사정에 따라 카풀과 택시, 고급 리무진 등 다양한 유형의 서비스를 선택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막 해체될 것처럼 낡은 차량에 4명 정원제 운행이라는 사회주의 시절 택시 환경에 비하면 그 차체로서 대중교통 분야의 일대 혁명인 셈이다.
디디 말고도 중국에는 여러 개의 모바일 예약 공유차량 회사가 영업하고 있다. 디타(嘀嗒)와 선저우(神州)·서우치웨처(首汽約車)·차오차오(曹操) 등이다. 이들 모두 디디추싱처럼 인공지능과 핀테크·빅데이터 등 4차산업 기반기술의 결합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구현하는 모바일 예약 공유차량 서비스 회사들이다.
그런데도 유독 '디디'가 중국 공유차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것은 바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 때문이다. 통계조사업체 트러스트데이터에 따르면 디디추싱의 중국 내 모바일 예약차량 시장 점유율은 무려 91%에 이른다. 중국 공유차 시장은 사실상 디디의 철저한 독점구조다. 디디 한 회사의 하루 예약만 2000만 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용자 증가와 함께 공유차량 서비스가 보편화하면서 가끔 문제점도 노출되고 있다. 공유차량이 대중교통 이용의 대세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작동에 문제가 생기면 자칫 교통 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자가 베이징에 도착해 디디 서비스를 활용한 지 이틀째인 10월 25일 중국 유력경제지 경제관찰보(經濟觀察報)는 디디추싱 모바일 예약 내비게이션 서비스의 기술적 문제로 실제 이런 우려가 현실화됐다고 전했다.
디디 내비게이션의 예상치 못한 '파업'에 따라 마침 주말인 금요일에 퇴근 시간까지 겹쳐 이날 중국 전역의 디디 이용자들은 극심한 불편을 겪어야 했다. 디디의 시스템이 잘 작동하지 않아 공유차 기사와 차를 타려는 승객 모두 상대의 위치를 파악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서비스 불안정은 다음날 정오까지 계속됐다.
중국 매체들은 이번 일 역시 공유경제의 허점을 드러낸 것이라며 지배적 시장 주체인 디디추싱이 늘 잠복한 '회색 코뿔소(개연성과 파급력 높은데 쉽게 간과하는 위험)' 리스크를 대비하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원인에 대해 고객 폭증으로 플랫폼 서비스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이런 기술적 하자를 개선하지 못하면 디디 독식의 경쟁 구도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같은 공유차량 얘기이지만 기득권 다툼과 규제에 발목 잡혀 옴짝달싹 못 하는 우리의 차량호출 서비스 사업을 돌아보면 고민의 성격부터가 하늘과 땅 차이다. 중국의 공유차량이 삐걱대는 것은 모바일 신기술에 기반을 둔 신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려는 명분 있는 진통으로 여겨진다. 이에 비해 한국에서 벌어지는 차량호출서비스 타다 논쟁은 국가 신산업의 미래는 물론 다수 국민에 속하는 서비스 이용자의 이익을 외면한 채 다분히 기득권 이해집단 간의 밥그릇 싸움에 불과하다는 느낌이 든다.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