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 총장선출제도 개선 공동대책위원회 출범
숙명여대 총학생회도 22일째 총장직선제 요구하며 노숙농성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대학가에 '총장직선제' 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학생과 교직원들의 잇따른 총장직선제 요구에 학교 법인과 교수들이 어떤 응답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국외대 총장선출제도 개선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31일 오전 서울 한국외대 본관 앞에서 출범식을 열고 "대학 총장은 대학과 그 구성원들을 대표하는 대학행정의 수장이지, 교수만의 대표가 아니다"라며 총장직선제 시행을 촉구했다.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한국외대 총장선출제도 개선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31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대 본관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10.31 iamkym@newspim.com |
공동대책위는 "법인 총장지명제에서 교수만의 총장후보 선출로 전환된 이후 다른 학내 구성원 참여를 배척한 채 교수협의회 주도로 총장 후보 선거가 진행돼왔다"며 "법인이사회는 교수만의 선거결과 그대로 총장에 임명함으로써 비민주적인 교수들의 관행을 방조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수만의 총장선출이라는 낡은 관행을 벗고, 대학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민주적인 총장선출 제도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식 출범한 공동대책위는 향후 학내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서명운동 등 선전 활동과 함께, 학교·교수협의회 측과 간담회를 열어 설득에 나설 계획이다.
공동대책위 관계자는 "아직까지 일반 교수들이 총장 직선제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어 논의의 진척이 안 되고 있다"며 "향후 논의 과정을 보고 추가 행동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숙명여대에서도 총학생회가 지난 10일부터 이날까지 22일째 총장직선제를 요구하며 학내에서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총학생회는 지난 1월부터 총장직선제를 요구하다 지난 5월 전체학생총회를 개최해 3000여명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 학교 측에 전달했다. 이후 1인 시위 등 추가 활동을 벌였지만 의견이 관철되지 않자 노숙농성까지 하게 된 것이다.
내년 7월 새 총장 선출을 앞둔 만큼 올 겨울이 지나기 전에 관련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총학 측의 입장이다. 총학은 총장선출 제도 개선을 위한 TF를 만들고 실제 회의가 성사되기 전까지는 무기한 농성을 벌이겠다는 각오다.
[사진=숙명여대 총학생회 SNS 캡처] |
황지수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의 지지여론이 큰 반면, 학교와 교수 사회에서는 여전히 별다른 반응이 없어 농성이 장기화될 전망"이라며 "총장직선제는 평등하고 민주적인 학교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대학생들의 총장직선제 요구는 최근 몇 년 새 두드러지고 있다. 실제로 성신여대는 지난해, 이화여대는 지난 2017년 각각 직선제를 통해 총장을 선출했다. 일부 학교에서 이미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는 것이다. 지난 28일 연세대에서는 개교 이래 처음으로 총장 후보자 평가에 학생들이 참여해 새로운 총장을 선출했다.
그러나 여전히 대다수 대학에서 총장직선제 실시는 요원한 실정이다. 특히 지난해 총장직선제를 요구하며 학생들이 단식농성 및 고공농성 등을 벌였던 고려대와 동국대, 홍익대 등에서는 학교 측의 반대로 끝내 직선제를 이뤄내지 못했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사회 문제에 구성원들이 참여하고자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대학 내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며 "그러나 학교와 교수 측은 학생들을 어린 제자, 곧 졸업해 학교를 떠난다는 제한적인 시각으로 보기 때문에 총장직선제를 두고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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