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소비 속도 빨라 흥행 '예측불가'
새 IP 발굴보다 유명 IP 의존도 높아져
[편집자] 우리나라는 여전히 '게임 강국' 일까요. 한 때 ‘1등’이란 자부심을 가졌으나 최근 의문을 품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중국이 무시 못 할 상대로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국내 게임산업은 다양한 규제에 신음하고 있고 빨라진 트렌드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이 외국산 게임에 안방을 내주게 된 한국게임 산업의 실태를 진단해봅니다.
[서울=뉴스핌] 조정한 기자 = 게임 시장의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의 콘텐츠 소비 속도가 빨라졌고, 이용자들의 취향이 더욱 다양해진 탓이다. 흥행 게임의 특징도 뚜렷하지 않아 국내 게임사들도 점차 유명 IP(지적재산권) 의존도를 높여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8월 발표한 '2019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만 10~65세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PC 게임 및 모바일 게임 모두 이용 지속 기간이 6개월 정도로 짧았다.
모바일 게임 이용자들에게 모바일 게임 하나를 즐기는 기간을 질문한 결과 '6개월 이상'의 비율이 27.5%로 가장 높았고, 1개월 미만이 22.2%로 뒤를 이었다. PC 게임 이용자들도 하나의 PC 게임을 즐기는 기간으로 '3~6개월 미만'(25.0%)을 가장 많이 꼽았다.
[자료 = '2019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캡처] |
게임사들도 고심이다. 콘텐츠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PC 게임 이용자의 24.4%, 모바일 게임 이용자의 15.7%가 롤플레잉 게임 장르(RPG/MORPG/MMORPG)를 가장 많이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오랜 게임 개발 기간 탓에 대중의 니즈(Needs·수요)를 반영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롤플레잉 게임 개발기간은 보통 3~8년, 개발 비용은 수백억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나 게임사가 자체 IP를 만들 경우엔 부담이 더 커진다. 넥슨은 올 상반기 원작이 없는 자체 IP 기반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트라하'를 선보였지만, 흥행에 실패했다. 개발기간 3년, 비용만 200억원이 들었다.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 개발 기간은 정해진 게 없다. 설령 기간을 정했다고 해도 여러 차례의 테스트를 거치다보면 수정 작업할 것이 오히려 늘어나 애매한 경우가 있다"며 "'기대작'으로 출시해도 시장 반응을 전혀 예측할 수 없어서 그런 표현을 잘 안쓰려 한다. 뭐가 터질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새로운 IP를 만들기 보다 유명 IP를 활용한 신작 출시가 늘고 있다.
올해 넥슨은 고질라 IP를 활용한 '고질라 디펜스 포스'를 출시했다. 엔씨소프트는 자사의 유명 IP인 '리니지'를 활용한 '리니지 리마스터'를 출시했고 하반기엔 '리니지2M'이 출격 대기 중이다. 넷마블은 '일곱 개의 대죄(일본 만화 IP)'와 '킹 오브 파이터 올스타(일본 고전 IP)' 등을 시장에 선보였다.
게임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IP의 부진한 성적이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콘텐츠진흥원이 뽑은 올해 상반기 게임도 기획의 우수성, 호환성, 시장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킹 오브 파이터 올스타'가 차지했다.
[사진 = 넷마블] |
이에 대해 콘진원은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 보고서에서 국내 게임사의 해외 진출과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IP'가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콘진원은 "일본이나 미국 등 여타 국가의 IP가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호응을 얻기 시작한 점도 국내 업체들 입장에선 좋은 변화가 아니다"며 "구독형 과금 모델이 유력한 클라우드 게임의 핵심 경쟁력으로 'IP 파워'가 꼽히고 있다"고 조언했다.
giveit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