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증권·금융 은행

속보

더보기

산은·수은합병 반발 알면서도...이동걸의 '신념'

기사입력 : 2019년09월26일 16:10

최종수정 : 2019년09월26일 19:28

산은-수은 합병, 반발 예상에도 꺼내...금융위원장도 고사
제조업·대기업모델 한계...혁신·중소기업 육성에 신념 가져
산은 회장이 기업생태계 변화 역할 크고, 현 정권과 철학 공유

[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이동걸 KDB산업은행장이 ‘산업은행-수출입은행 합병론’에서 한발 물러섰다. 이 회장은 지난 23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합병론에 대해 “은성수 금융위원장 말 못 들었나”라고 답했다. 앞서 은 위원장은 16일 "산은과 수은의 합병은 이동걸 산은 회장의 사견일 뿐, 논란이 될 이유가 없다"며, 논의 자체를 거부했다. 또 다른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 김용범 1차관도 "산은과 수은은 고유 핵심기능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이로써 두 은행간 합병 이야기는 수그러들었다. 이러자 금융권에서는 이 회장이 주무부처와 사전 논의 없이 합병론을 꺼낸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흘러나왔다. 관(官)의 눈치를 많이 보는 금융권 입장에선 '이번 사안이 관의 입장에서 매우 불쾌해할 수 있다'고 본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호타이어 관련 긴급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이를 두고 정치권과 금융권의 시각을 종합해보면, 이 회장이 현 정권의 경제정책 핵심부와의 친분과 진보적 경제학 가치 공유, 그리고 금융산업 발전방향에 대한 본인의 철학이 확고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산은-수은 합병론은 여권 및 청와대 경제통과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양행간 합병론의 당위성은 국제 경쟁력을 갖춘 정책금융기관의 필요성에서 시작된다. 문재인 대선 후보 시절 캠프에서부터 ‘국책은행들 역할에 대해 ‘통합 필요성’은 이미 제기된 바 있다. 현 정권 초대 금감원장이었던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정책금융기관, 통합형 체제로의 근본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보고서까지 내놓으며, 두 은행의 합병의 이론적 배경도 만들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정권 3년 차로 접어들면서 이를 다시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환기하기 위한 분위기 전환용 합병론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발언이후 기재부와 금융위가 산하 기관장인 산업은행 회장의 사전논의 없는 ‘합병’ 발언으로 반발을 부를 것을 예상했을텐데도, 이 회장이 화두를 던진 것은 청와대 경제통과 교감이 있었다는 추론도 나온다.

현 정권의 경제브레인인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현 주중국대사), 윤석헌 금감원장 등은 대학교수로 오랜 시간 진보성향의 학문적 교류를 하고 다양한 인연으로 엮여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이동걸 회장이 박근혜 정권시절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객원교수로 야인 생활을 할 때, 한림대 정치경영연구소에는 김상조 당시 한성대 교수 등과 함께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비판의 편에서 함께 싸웠다. 

이 회장과 윤석헌 원장은 경기고 선후배(63회, 68회)이자 서울대 동문이다. 장하성 주중 대사와도 경기고 동문이다. 이 회장과 윤 원장은 2016년 3월 출간한 ‘비정상경제회담’의 저자로 함께 이름을 올렸다. 비정상경제회담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등에서 근무한 전문가들의 경제 정책 토론을 엮은 책자다. 한국금융연구원 출신이라는 공통분모도 가졌다.

이 회장이 이들과의 친분을 직접 거론한 적도 있다. 노무현 정부 때 금융감독위원회에서 1년 반 동안 부위원장을 할 때 “김상조, 윤석헌 교수들이 밖에서 너무 세게 이야기하면 불편하지 않냐"는 얘기가 많았다. 그러자 이 회장이 “친한 선후배 동료가 약하게 이야기하면 내가 일하기 더 어렵다. 내 욕도 하면서 세게 말해야….”라고 반응하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7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넥스트라이즈 2019 서울'에서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왼쪽)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대화를 하고 있다. 2019.07.23 mironj19@newspim.com

이런 인연 등으로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후임으로 이동걸 회장이 유력했다. 정부로부터 금융위원장직을 제안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회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 대한 부담, 그리고 산은 회장으로 국내 산업구조재편에 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소명을 이유로 일찌감치 고사했다는 후문이다. 전통적 제조업 모델은 성장한계에 부딪쳤다고 이 회장은 확신한다.

이 회장은 산업은행의 기능을 바꿨다. 기업구조조정 기능은 KDB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해 이관시켰다. 혁신성장기업 육성 8조원 규모의 성장지원펀드 조성, 벤처기업 IR, 벤처투자플랫폼인 케이디비 넥스트라운드 등 혁신성장 생태계 조성 체제로 전환했다. 이 회장은 뛰어난 혁신 기업을 발굴하고 키워내기 위해선 "1천억원 정도를 투자했다가 실패해도 견뎌낼 수 있는 정도의 투자자가 필요하다"면서 정책금융기관의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울 것을 주장했다. 

산은 관계자는 “이 회장은 임기 첫해 한국GM, 금호타이어, 대우조선해양, 아시아나항공의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남은 임기(2020년 9월) 동안엔 혁신기업을 육성해 제조업 중심의 한국경제개발 모델을 바꾸는 데 모든 경영전략을 수립한다는 복안이다. 산은 내부 분위기는 구조조정이 아닌 혁신기업 육성하는 투자은행 전략이다. 다만 국회는 여전히 산은이 구조조정을 담당한다는 인식이 커, 이 점을 극복하는 데 애로가 있다"고 귀띔했다.  

이 회장은 이전 정부부터 '기업생태계' 변화를 신념처럼 여겨왔다. 그는 기업의 생애주기를 근거로, 벤처에서 시작한 기업이 큰 기업으로 커갈 때 일자리는 많이 생기지만 일단 기업이 성숙하면 더는 일자리가 안 생긴다고 봤다. 이에 우리나라 재벌들이 이제는 성숙한 기업이 돼 버렸고, 그렇기 때문에 좋은 일자리를 새로 내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관으로 컴백을 거부하고 산은 회장으로 남기를 택한 이 회장. 그가 남은 임기 동안 혁신성장 생태계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구축해낼 지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hkj77@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딥시크 부당하게 데이터 수집했을 수도"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미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오픈AI는 중국 딥시크(DeepSeek)가 부당하게 회사의 데이터를 수집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오픈AI는 딥시크가 오픈AI 기술로 생성한 데이터를 사용해 자체 시스템에 비슷한 기술을 훈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AI 업계에서 훈련에 사용되는 디스틸레이션(distillation) 기법은 흔하지만, 오픈AI는 서비스 약관에 같은 시장에서 경쟁할 기술을 만들어내기 위해 오픈AI의 시스템이 생성해 낸 데이터를 사용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오픈AI의 리즈 부르주아 대변인은 NYT에 보내 이메일에서 "우리는 중국의 조직들이 미국 AI 모델을 복제하기 위해 디스틸레이션으로 알려진 것을 포함한 방법을 사용해 활발히 작업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것을 인지하고 있으며 딥시크가 부적절하게 우리 모델을 디스틸레이션 했다는 징조를 검토하고 있고 더 많은 것을 알게 되면 공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딥시크는 지난주 R1 모델을 내놓으며 전 세계 AI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고 믿어온 실리콘밸리를 충격에 빠뜨렸다. 딥시크는 R1 모델 개발에 단 2개월의 시간과 600만 달러 미만의 자금이 소요됐다고 밝히며 그동안 실리콘밸리의 천문학적인 투자를 무색하게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딥시크의 개발이 긍정적이라면서도 미국 기업들에 경종을 울렸다고 평가했다. 이날 상원 인사청문회에 나선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는 딥시크가 도난당한 미국 기술과 첨단 미국 반도체를 활용해 저렴하게 강력한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었다면서 미국이 AI 분야에서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 사이버 보안에 대한 미국 표준과 유사하게 글로벌 표준을 창출하기 위한 모델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픈AI 챗GPT와 딥시크.[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01.28 mj72284@newspim.com mj72284@newspim.com 2025-01-30 03:07
사진
여야, 설 이후 전력망법 등 입법 본격화 [서울=뉴스핌] 김가희 기자 = 설 연휴 이후 국회의 민생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우선 여야는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포함한 주요 에너지·산업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12·29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과 피해자 및 유가족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위원회(여객기 참사 특위)'와 국정협의회 등도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다사다난했던 2024년 갑진년(甲辰年)이 저물고 있다. '푸른 용의 해' 우리는 더 높게 비상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랐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4·10 총선 결과로 22대 국회의 '여소야대' 국면부터 이상기후로 인한 농산물 등 물가 상승까지 서민들의 부담은 가중됐다. 초유의 12·3 비상계엄 사태와 이어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까지 쉴 틈 없는 아픔의 연속이었다. 다가오는 2025년 을사년(乙巳年)은 푸른 뱀의 기운으로 우리 모두가 꺾이지 않고 희망의 한 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서울달에서 바라본 국회 모습. 2024.12.31 mironj19@newspim.com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정책위의장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첨단산업 에너지 3법(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해상풍력발전 보급 촉진 특별법·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 처리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회동을 마친 뒤 "지난해 11월에 합의했던 법안이 있다"며 "처리하기로 합의했던 법안 63건 중 본회의에서 통과된 게 24건이고, 나머지 법안 39건은 아마 더불어민주당도 합의 처리하는 데 특별한 그것(이견)은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은 정부 차원의 개입으로 전력망 구축 사업 인허가 절차를 대폭 개선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해상풍력 특별법은 민간사업자가 주도하던 해상풍력 사업을 정부 주도 방식으로 전환하는 내용이다. 고준위 방폐장법은 원자력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폐기물(사용후핵연료)을 영구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방안을 담고 있다. 다만 에너지 3법과 함께 '미래 먹거리 4법'으로 불리는 반도체산업 특별법은 '주52시간 근무제 예외(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조항'을 두고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예외 조항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다음 달 초 토론회를 열고 최종 입장을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일어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관련 국회 특별위원회도 활동을 이어간다. 여객기 참사 특위는 오는 2월 6일 전체회의를 열고 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 등을 상대로 현안 질의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여야는 국정협의회 가동을 위한 논의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12·3 비상계엄 사태 후 국정 혼란 수습을 위해 마련된 국정협의회는 지난 9일 첫 실무회의를 열고 참석자 및 공식 명칭 등을 확정했다. 협의회 참석자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 4명이다. 그러나 여야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협의회는 사실상 좌초된 상태다. 양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2일 국정협의회 실무 협의를 진행했으나, 성과를 얻지 못했다. 여야가 설 이후 본격적인 민생 행보에 나설 경우 협의회 가동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정부-국정협의체 실무협의가 열리고 있다. 이날 실무협의에는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 등이 참석했다. 2025.01.09 pangbin@newspim.com rkgml925@newspim.com 2025-01-29 07:0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