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공만 아는 고속도로 할인·할증"..편법 요금 인상 지적 나와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정부 산하기관인 한국도로공사가 재정 고속도로 할인·할증 제도를 이용해 매년 2000억원의 추가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속도로 이용자들이 필요성은 물론 관심도 못느끼는 할인 제도를 만들어놓고 실제로는 요금 할증을 대폭 늘린 것. 이에 따라 고속도로 통행료 인상을 하지 않겠다는 도로공사의 주장과 달리 편법 요금 인상이 확대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이규희 의원(더불어민주당,충남 천안시갑)에 따르면 한국도로공사는 기형적인 형태의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할증 제도를 만들어 매년 2000억원이 넘는 추가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다.
고속도로 요금은 △기본요금과 주행요금 △차종별 요금 △할인/할증 등 세 가지 기준으로 정하고 있다. 문제는 할인 및 할증 요금 구간의 형평성이다. 할인이 적용되는 구간은 단 2km로 한국도로공사 운영 고속도로 총연장(3936㎞)의 0.05%에 미치고 있어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게 이규희 의원의 설명이다. 그에 반해 할증 구간은 891km로 전체 22.6%를 차지한다. 즉 할인 구간은 명목상 존재할 뿐 실제로는 할증구간만 있다는 게 이 의원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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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이규희 의원실] |
할인율 50%도 전형적인 '미끼 상품'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할인·할증 구간은 차선에 따라 결정되는데 왕복 2차선 이하는 50% 할인, 왕복 6차선 이상은 20% 할증 대상이다. 수치만 보면 할인 50% 할증 20%로 얼핏 할인혜택이 더 커 보이지만 할인 대상이 없어 50% 할인율은 생색내기용에 불과하고 ‘할증 20%’만 남게 되는 셈이다.
특히 더 심각한 문제는 주행거리와 차종별 요금제는 일반에 널리 알려진 바와 달리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 할증에 대한 정보는 찾아보기 어려워 일반 시민들 대다수가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차선별 할증제도 자체에 대한 인식도 부족한데다 2차선 이하는 왜 할인이 되고 6차선 이상은 왜 할증이 되는지, 할인은 왜 50%이고 할증은 20%인지 합리적 설명도 찾아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요금을 내는 소비자는 내용도 모른 채 고속도로 독점운영 기관이 마음대로 정한 요금제도에 따라 달라는 대로 줄 수밖에 없는 상황. 이 같은 일방통행식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 제일 큰 문제라는 게 이규희 의원의 설명이다.
이같은 할인할증 제도로 한국도로공사는 매년 2000여 억원의 할증요금을 추가로 징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7년 통행료 전체수입은 4조560여 억원 가량인데 이 가운데 할증구간 할증요금은 전체 징수액의 5.4%인 2185억 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정상구간(왕복 4차선 이하) 요금은 2조745억 원(67.7%) 할증구간(왕복 6차선 이하) 정상요금은 1조920억 원(26.9%)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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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이규희 의원실] |
고속도로 노선별로는 경부고속도로의 연간 할증요금 총액이 1311억 원으로 전체의 60%이상을 차지해 경부선 이용자들의 부담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6차선 이상 구간 노선이 많고 이용자도 가장 많은 노선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부선 서울-부산 구간을 이용할 경우 할증요금은 2556원이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이 요금을 내는 운전자들은 본인이 할인할증제도에 해당되는지도 모르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한국도로공사는 고속도로 건설·유지 원가와 차종별 도로 구조물 손상에 따른 유지비와 수송기여도를 구분하고 차로별로 투입되는 유지비와 자본비용에 따라 차등 요금을 부과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투입 원가에 따라 요금을 차등하고 이용자부담 원칙에 따라 차선이 넓은 도로가 돈을 더 내야 한다는 것.
그러나 한국도로공사가 제시한 근거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이규희 의원이 이야기다. 차종별 고속도로 손상도를 기준으로 볼 경우 대형 트럭인 1종 차량 대비 경차인 5종 차량의 주행단가는 1.68배에 불과한 반면 고속도로 손상도는 4000배가 넘는다. 도로교통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차종별 도로 손상도는 ▲1종 차량 손상도를 1로 볼때 ▲2종은 409 ▲3종은 1111 ▲4종은 2052 ▲5종은 4191로 중량이 높을수록 도로 손상도는 급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규희 의원은 "돈을 내는 사람이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고 내는 건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며 "국민들에게 부당한 비용이 전가되지 않도록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요금체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