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이미 낮아 추가 경기 부양 여지 적어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각국 기준금리가 바닥 수준으로 내려온 상황에서 글로벌 무역 질서 재편 전략으로 경기 불안을 초래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 중앙은행들이 우려를 표했다.
25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각국 중앙은행 총재와 경제학자들이 모인 잭슨홀 미팅에서 트럼프의 무역 정책 관련 불안감으로 인해 우울한 분위기가 연출됐다고 전했다. 금리가 이미 낮은 상황에서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추가 인하에 나설 여지가 크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호주중앙은행(RBA) 총재 필립 로우는 “주요 정치 쇼크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정치 쇼크는 경제 충격으로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 시위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이탈리아 정국 혼란, 한일 간 갈등, 카슈미르 지방 영유권을 둘러싼 인도와 파키스탄 간 분쟁 등 정치적 긴장 상황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으로 인한 불확실성까지 가중되자 중앙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
잭슨홀 참가자들은 여러 이슈들 중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무역 정책이 가장 큰 위협이라며 한 목소리를 냈다.
에이드리언 오르 뉴질랜드 중앙은행 총재는 “전 세계가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상황에 이렇게 동시에 겁을 먹은 건 처음 본다"며 "물이 서서히 끓어 올라 (처음에는 모르다가) 어느 순간 결국 성장이 영구적으로 낮아진 상황을 깨닫게 되는 '끓는 물 속 개구리' 상황에 처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마크 카니 영국 중앙은행 총재는 미중 무역분쟁의 규모가 이미 세계 제조업과 기업 투자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면서 "이건 무역전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분명 미국이 이 모든 위협과 전쟁에 관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연준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 비판을 자제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비난 목소리를 숨기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스탠리 피셔 전 연준 부의장은 "문제는 세계 통화 시스템에 있지 않다. 문제는 미국 대통령에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들은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가자들이 최근 고조되고 있는 침체 신호에 주의를 기울여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중앙은행의 레세티야 크간야고 총재는 "기업이 투자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중앙은행에 소리칠 수 있지만, 진실은 초저금리 상황에서도 여전히 기업은 투자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로우 RBA 총재는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 중단을 결정하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