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26일 고광현 전 대표 등 애경 임직원 3명 선고
고광현 징역 2년6월·양모 전무 징역 1년 등 실형
이모 팀장은 징역 1년·집행유예 2년
“사건 실체진실 지장 초래…죄질 무겁다”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유해 가습기살균제 사건 관련 증거인멸을 지시하는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광현 전 애경산업 대표이사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홍준서 판사는 23일 오전 10시 증거인멸 등 혐의로 기소된 고광현 전 대표에 대해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양모 전무에게는 징역 1년, 이모 팀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인턴기자 = 지난 4월 25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가습기살균제 사용자 및 피해자 찾기 예비사업’ 결과보고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alwaysame@newspim.com |
법원은 “피고인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얼마나 심각한지 죄책감없이 일상적 업무를 수행하듯 증거인멸 범죄를 저질렀다”며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애경산업 관련자들의 책임과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지장이 초래됐다”면서 이들의 유죄를 인정했다.
특히 고 전 대표에 대해선 “관련자들의 증거나 수사기관 제출 증거 등에 비춰보면 증거인멸·은닉을 지시한 정황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범죄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사라졌으니 오히려 자신의 죄가 없다며 상식에 반하는 주장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하급자들에게 전가하고 증거인멸·은닉 행위를 정확히 인식함에도 이를 중단하거나 저지 하지 않고 진행 시켰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양 전무의 경우 고 전 대표의 지시를 받아 증거인멸·은닉 작업을 실행했다는 점이 인정됐으나 범행을 반성하고 있다는 정황이 참작돼 고 전 대표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했다.
이 팀장 역시 범죄 정황은 인정되나 실제 증거인멸 업무 자체를 담당하지는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고 이와 함께 30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고 전 대표의 지시로 지난 2016년 가습기살균제 관련 첫 검찰 수사 개시 직후, 애경산업과 산하 연구소 등 직원들이 사용하는 업무용 PC와 노트북에서 가습기 살균제 관련 파일을 삭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하드디스크에 구멍을 뚫거나 노트북을 교체하는 등 방식으로도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같은해 10월 국정조사 종료 후에도 별도의 대응팀을 꾸려 관련 자료들을 잇따라 폐기하고 은닉하는 등 범죄를 저질렀다.
고 전 대표는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며 하급자들이 자발적으로 증거인멸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해 왔다. 양 전무와 이 팀장은 일부 혐의를 인정했다.
고 전 대표는 지난달 26일 결심공판에서 최후 진술을 통해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중 증거인멸과 관련한 모든 사실이 내 리더십 부재 결과다”면서 “하지만 저의 지시에 의해 조직적, 체계적으로 그리고 전사적인 차원에서 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검찰은 고 전 대표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고 두 임직원에게는 각각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고 전 대표에 대한 공소사실과 다른 피고인들에 대한 죄증이 명확하고, 이번 범행 최종책임자지만 (고 전 대표)는 아직도 혐의를 부인하면서 부하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죄질이 엄중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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