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시인·동아일보 등 상대 손배소 항소심
1심 사실상 패소…고은 시인 올해 2월 항소
고은 시인 “최영미, 진술 바꾸는 등 일관성 없어”
최영미 측 “진실 아는 고은 시인 직접 법정 나와야”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최영미 시인과 언론사 등을 상대로 10억원대 민사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패소한 고은(본명 고은태) 시인이 항소심에서도 최 시인의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3부(이정훈 부장판사)는 21일 오후 4시30분 고은 시인이 최 시인과 박진성 시인, 동아일보 등 6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대한 항소심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고은 시인 측 변호인은 “최영미 시인은 성추행이 있었던 장소와 시간, 상황 등에 대해 특정하지 못했다”면서 “1심 마지막 기일에서도 기존 말을 번복하는 등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며 1심 때와 같은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면서 “항소심에 새로 제출한 증거들을 보면 언론사 인터뷰에서 한 대화와 법정 증언 내용이 다르다”며 “최 시인의 증언에 신빙성이 없어 탄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최 시인 측 변호인은 “최 시인은 동아일보에 기고하기 훨씬 전부터 각 모임과 기자들과 나눈 대화, 직접 쓴 시 ‘괴물’ 등을 통해 일관되게 진술해왔다”며 “진술에 대한 신빙성이 높고 1심 역시 지극히 정당하게 판결했다”고 반박했다.
또 “이 사건의 진실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고은태 본인”이라며 “원고는 건강상의 이유로 나오지 않고 있지만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고은 시인을 법정에 출석시켜달라”고 요청했다.
서울도서관이 상습 성추행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고은 시인의 전시공간 '만인의 방' 운영을 두고 철거를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에 설치된 고은 시인 기념관 '만인의 방'을 학생들이 관람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앞서 최 시인은 2017년 9월 인문교양 계간지 <황해문화>에 고은 시인으로 추정되는 원로 문인의 성추행을 폭로하는 내용의 시 ‘괴물’을 게재했다.
최 시인은 직접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고은 시인의 성추행이 상습적이었고, 그가 술집에서 바지 지퍼를 열어 신체 특정 부위를 만져달라고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후 박 시인이 자신의 블로그에서 최 시인의 말이 사실이라며 다른 성추행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고은 시인은 한국작가회의 상임고문직 등에서 사퇴했고 지난해 7월 최 시인 등을 상대로 10억7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고은 시인이 청구한 10억7000만원 중 1000만원만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언론사에 허위 내용을 제보한 박 시인에 대해서만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사실상 고은 시인의 패소였다.
1심은 “최영미 시인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된다”며 그가 폭로한 내용을 사실로 판단, 이같이 판결했다.
다만 ‘고은 시인이 2008년 한 술자리에서 동석한 20대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박 시인의 주장에 대해 여성을 특정하지 못한 점 등에 비춰 허위라고 봤다.
고은 시인은 1심 판결에 불복해 올해 2월 항소했다.
다음 재판은 10월11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다.
kintakunte8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