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국가재정운용계획 공개토론회 논의
"한국, 국민연금 등 저축 많아 이자율 낮아"
[서울=뉴스핌] 최온정 기자 = 인구구조의 변화로 중장기적인 세입기반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채발행을 늘려 재정을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이자율이 낮기 때문에 국채를 발행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김정훈 재정정책연구원(FP) 원장은 8일 기획재정부·한국조세재정연구원·한국개발연구원(KDI) 주최로 열린 '2019~2023 국가재정운용계획 공개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구윤철 기획재정부 제2차관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9~2023 국가재정운용계획 공개토론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2019.08.08 mironj19@newspim.com |
김 원장은 사회보장부문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사회보장성 기금(국민연금·산재보험·건강보험 등)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높아질 것으로 봤다. 그는 이러한 사회보장성 기금 또한 납세자에게 부담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조세부담을 높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국민연금이 700조를 넘어섰다고 하는데 2040년에는 2000조까지 올라간다"며 "최대 4000조까지 쌓이는 상황에서 사회보장기여금과 조세부담을 동시에 인상하는 것은 불필요하고 경제 활력에 대한 부담은 가중된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사회보장성 기금의 적립금이 저축의 성격을 가진다는 점에 착안, 조세부담을 늘리는 대신 국채발행을 확대해 예산 재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저축이 늘어나면 이자율도 낮아지기 때문에 국채발행에 따른 부담이 줄어든다는 이유에서다.
김 원장은 "거의 4000조원까지 국민연금이 걷히는 가운데 일반재정에서 세금을 굳이 걷겠다는 것은 파편적"이라며 "한쪽에 세금이 쌓여있는 경우에는 낮은 이자율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사회보장쪽에서 이뤄지고 있는 증세와 일반재정을 연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국가부채를 늘리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왔다. 중장기적인 시점에서 볼 때 쌓는 것은 쉽지만 감축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태석 KDI 공공경제연구부장은 "인구구조 변화로 부양해야하는 사람들의 수요는 증가할 것"이라며 "고령화가 이어지고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 이자율이 아무리 낮아도 GDP 대비 이자부담은 커진다. 단기적으로 이자부담은 낮아지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부채 감축하기가 더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 적립금을 현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인구가 감소하면 미래세대에 대한 부담을 고려해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변경해야 할 수 있고, 이 경우 적립금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태일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국민연금 부담률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 우리가 사회보험 관련 여러 규정이 있지만 우리 세대보다 미래세대의 부담이 더 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국민연금은 일종의 강제저축 성격이기 때문에 일반재정과 성격이 달라 똑같이 볼 수 없다"며 "국민연금에 쌓이는 적립금은 어떻게 보고 어떤 식으로 재정을 가져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지적에 김정훈 원장은 국민연금 적립금이 고갈되지 않을 것이라며 반박했다. 김 원장은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9%인데 전문가들은 18%가 돼야한다고 한다. 그렇게 될 때 2080년까지 적립금이 고갈되지 않고 그 뒤로 안정화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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