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연초 이후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의 강한 상승 탄력에도 뉴욕증시의 석유 섹터가 날개 꺾인 모습이다.
유가 강세에도 투자자들이 관련 종목을 매입하는 데 지극히 소극적인 것은 물론이고 일부 트레이더는 공격적인 ‘숏’ 베팅에 나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원유 배럴[사진=로이터 뉴스핌] |
15일(현지시각) 시장조사 업체 선트러스트 로빈슨 험프리에 따르면 42개 석유 가스 종목의 전체 유통주식 수 대비 공매도 비중이 11.8%까지 치솟았다.
이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아래로 떨어진 지난 2016년 초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부채 비율이 높은 종목의 숏 베팅이 특히 공격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WTI가 배럴당 60달러 내외에서 거래, 연초 이후 30%를 웃도는 상승 기염을 토했지만 관련 종목의 상승을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뉴욕증시의 석유 섹터는 최근 3개월 사이 4.5%의 손실을 기록했다. 미국의 제재로 인한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공급 차질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연장 합의까지 호재가 꼬리를 물었지만 월가는 석유 종목의 주가 하락을 점치고 있다.
특히 소형주가 숏 베팅에 홍역을 치르는 모습이다. 센터니얼 리소스 디밸롭먼트와 파이팅 정유가 3개월 사이 각각 8%와 5% 가량 떨어지는 등 관련 섹터가 24%의 폭락을 연출했다.
OPEC+의 감산이 글로벌 원유시장의 근본적인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주장과 미국 셰일 업계의 수익성에 대한 회의론이 관련 종목에 대한 투자자들의 비관론을 부추기는 배경으로 지목됐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 한파에 대한 우려도 매도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27년래 최저치로 후퇴한 중국 2분기 성장률을 빌미로 이날 장중 유가가 약세 흐름을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투도르 피커링 홀트 앤 코는 투자 보고서에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50~55달러까지 뛰어도 관련 업체의 수익성 개선이 만족스럽지 못한 데다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아래로 떨어지기 전까지 공급을 축소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투자자들의 주가 상승 베팅을 가로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유 선물시장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번지고 있다.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이 지난 4월 이후 유가 상승 포지션을 축소했다.
OPEC과 러시아를 포함한 비회원 산유국들의 감산이 중장기적으로 지속되기 어렵다는 판단에 트레이더들이 발을 빼는 것이라는 진단이다.
에버코어 ISI의 제임스 웨스트 애널리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에너지 섹터의 투자자들 움직임이 무질서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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