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환불막고·미성년자 책임 떠넘겨
시정 후 '아이템 선물 청약철회 가능'
정당하게 환불받을 권리 보장
이용자 제재 원칙상 사전 통지
[세종=뉴스핌] 이규하 기자 = 선물한 게임 아이템에 대한 환불을 제한하거나 미성년자 회원가입에 있어 결제 책임까지 법정대리인에게 떠넘기는 등 국내외 게임사들이 부당한 약관을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라이엇게임즈코리아, 엔씨소프트, 넥슨코리아,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네오플, 펍지, 스마일게이트알피지, 웹젠 등 게임사들의 14개 불공정약관 조항에 대해 시정 조치한다고 26일 밝혔다.
게임사들은 공정위 심사과정에 불공정약관을 자진 시정하는 등 개선된 약관이 7월부터 반영될 예정이다.
우선 라이엇게임즈코리아, 엔씨소프트, 넥슨코리아, 스마일게이트알피지, 웹젠은 아이템 선물 때 계약 당사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조항을 운영했다. 즉, 다른 회원에게 선물한 아이템·캐쉬 등은 청약철회·환불이 불가능하고 손해배상 대상에서 제외한 것.
선물하기는 선물 구매자와 게임사간 제3자에게 이행할 것을 약정한 계약으로 상대방 의사표시 전까지 취소가 가능하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이에 따라 ‘다른 회원에게 선물한 아이템은 수령인의 수익의 의사표시가 없거나 수익을 거절할 경우에는 청약철회 및 환불할 수 있다’라고 바꿨다.
또 블리자드, 넥슨 등 6개사도 기간·수량이 한정된 아이템, 일부 사용된 캐시, 일시 이용 정지된 계정에 귀속된 아이템 등의 청약철회를 금지해왔다. 해당 약관조항은 무효로 삭제토록 했다.
잔여 캐시 전체에 대한 환불만 인정하는 등 부당한 환불 조항을 운영한 엔씨소프트 등 3개사에 대해서도 과도한 제한에 따른 무효로 판단했다.
무료 서비스에 대해 모든 책임을 부인하는 등 부당한 면책조항을 운영해온 넥슨, 카카오 등 9개사와 관련해서는 무효토록 했다. 다만 무료로 제공되는 서비스에 대한 책임 부담은 ‘고의·중과실’ 여부를 두도록 했다.
광범위한 이용제한 조항을 운영해온 넷마블, 스마일게이트 등 6개사에 대해서도 개선했다.
공정거래위원회·게임사CI [뉴스핌 DB] |
이들은 사전 안내 없이 서비스 이용을 제한하는 조항, 방송‧매체를 통해 논란을 일으키면 제재하는 조항, 이용자의 캐릭터 및 아이템 정보를 언제든지 수정·삭제하는 이용제한 조항을 운영해왔다.
특히 게임사가 이용제한을 조치할 경우 회원에게 사전통지토록 했다. 방송‧매체를 통해 논란을 일으키면 제재하는 조항은 회사와의 계약과 기타 사회통념, 관계법령 등을 기준으로 고려(게임서비스나 타인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토록 했다.
게임을 통해 이뤄지는 교신 내용을 열람하거나 공개할 수 있게 한 블리자드 약관의 경우는 헌법에 의해 보장되는 기본권(프라이버시 및 개인정보보호)을 들어 무효토록 했다.
법정대리인 및 미성년자의 책임을 부당하게 확장하는 조항을 운영한 블리자드, 웹젠의 경우는 법정대리인의 책임을 민법상의 한도로 제한하거나, 포괄적 동의 조항을 삭제했다.
이들은 미성년자의 회원가입에 법정대리인이 동의하는 경우, 모든 결제내역에 대한 책임을 부담토록 해왔다. 미성년자가 청소년 요금제에 가입한 경우에도 법정대리인의 동의로 간주해왔다.
저작인격권 포기를 강제한 라이엇게임즈와 펍지에 대해서는 제한적인 범위에서 게임이용자의 권리를 인정하되, 저작인격권 포기 내용을 삭제토록 했다.
이 밖에 고객에게 모든 손해를 배상시키는 조항, 지나치게 짧은 게임정보 삭제 고지 기간 조항, 가격이 변동되는 상품에 대한 부당한 자동결제 조항, 분쟁 발생시 구제 수단을 제한하는 조항, 집단소송·공익소송 제기 금지 조항, 관할에 대한 부당한 합의 관련 조항 등도 조치했다.
이태휘 공정위 약관심사과장은 “게임사 불공정 약관 시정으로 이용자들의 권리가 제도적으로 보장되고 피해예방 및 건전한 게임 이용문화 정착에 기여할 것”이라며 “다른 게임사들도 이런 유사한 조항이 있다고 생각되나 일단 10개 회사 민원이 많이 제기돼 조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장은 이어 “향후에 문제가 있다면 검토해 볼 생각”이라며 “콘텐츠 분야의 불공정약관을 지속적으로 점검·시정해 이용자를 보호하고 공정한 거래 질서 확립에 노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jud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