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간 디토 페스티벌 돌아보는 '매직 오브 디토' 주제
서울 예술의전당과 고양아람누리에서 동시 진행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팬들의 지지와 성원 덕분에 페스티벌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2019 디토 페스티벌' 왼쪽부터 유치엔 쳉, 리처드 용재 오닐, 조지 리, 제임스 김, 스테판 피 재키브, 최재혁, 김한 [사진=크레디아] |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The-K한국교직원공제회 그랜드홀에서 '2019 디토 페스티벌'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디토 페스티벌'의 고별무대를 알리는 자리였지만, 참석한 뮤지션들의 얼굴은 밝았다. 비올리스트이자 음악감독 용재 오닐은 "프로젝트의 끝일 뿐, 은퇴는 아니다"며 "나름의 방식으로 계속 진화할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대한민국, 클래식에 빠지다'는 캐치프레이즈로 12년간 진행해온 디토 페스티벌은 올해 마지막 시즌을 맞는다. 이번 페스티벌 '매직 오브 디토(Magic of DITTO)'는 관객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음악과 함께 했던 아름다운 순간들을 관객과 간직하고자 한다.
앙상블 디토는 클래식 매니지먼트사 크레디아가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과 손잡고 '보다 즐거운 클래식, 클래식에의 공감'을 모토로 2007년 시작한 실내악 프로젝트다. 2009년 디토 페스티벌로 성장했고 2008~2009 예술의전당 유료관객 1위, 누적 100회를 넘어 국내뿐 아니라 도쿄, 오사카, 상하이 등 해외 진출도 성공했다. 또 스타 아티스트와 레퍼토리 개발, 클래식과 비주얼 퍼포먼스와의 협업, 전시 등 새로운 시도로 혁신을 거듭해왔다.
'2019 디토 페스티벌' 리처드 용재 오닐 음악감독 [사진=크레디아] |
음악감독으로 디토를 이끌었던 리처드 용재 오닐을 비롯해 멤버들은 또다른 시작을 위해 잠시 팬들 곁을 떠나게 됐다. 이번 마지막 페스티벌에서 용재 오닐은 음악적 멘토이자 미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제레미 덴크와 리사이틀 무대를 펼친다.
용재 오닐은 "젊고 재능 있는 음악가들이 많아 클래식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한다. 깊이 감사하다. 그들이 전통을 이어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 전혀 섭섭하거나 슬프지 않은 심정으로 마지막 시즌을 보내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어 "음악은 제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 매일 아침 음악을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며 일어난다. 디토 페스티벌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음악을 나눌 수 있어 감사했다. 프로젝트의 끝을 알리는 것뿐이지 은퇴하는 게 아니다. 나름의 방식으로 계속 진화하고 바뀔 것이다. 저희들의 각자 희망과 바람이 있어서, 목표를 위해 잠시 프로젝트를 멈추는 것 뿐"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앙상블 디토는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참여했던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피 재키브가 다시 참여한다.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정과 유치엔 쳉, 클라리네티스트 김한이 함께한다.
'2019 디토 페스티벌' 왼쪽부터 리처드 용재 오닐, 조지 리, 최재혁, 스테판 피 재키브, 유치엔 쳉, 제임스 김, 김한 [사진=크레디아] |
스테판은 "9년간 디토 페스티벌과 함께 했는데, 제 음악적 커리어 중에서 가장 오랜 시간 몸 담았던 프로젝트. 여름마다 만나 같이 연주해와 뮤지션들과 형제가 됐고, 실내악 레퍼토리를 폭넓게 익히며 더 깊이 있는 음악가가 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추억이 많다. 마지막 시즌을 함께 할 수 있어 뜻깊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클라리네티스트 김한과 메시앙의 '시간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를 가장 인상 깊은 공연으로 꼽았다.
김한은 "16세던 2012년 처음 객원멤버로 참여했던 때를 잊을 수 없다. 그때 연주했던 기억과 느낌이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저도 스테판과 했던 '시간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가 가장 기억에 남는 연주회다. 7년만인데 더 성숙된 연주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정식 멤버가 된 지는 3년인데 마지막이라 시원섭섭하다. 형들에게 많이 배웠다. 마지막이라 서운하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고 전했다.
유치엔 쳉 또한 "앙상블 디토와 3년간 함께 했다. 모두 멋지고 기억에 남는 시간들이었다. 때로는 힘들기도 했지만 멋진 동료들과 함께 좋은 음악을 만들어나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올해는 새로운 앙상블들도 참여하는데, 한국 외에서 만난 적이 있고 친분도 있어 올해 공연이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슈만의 '피아노 오중주 내림마장조 작품44 1악장'을 선보이고 있는 앙상블 디토 [사진=크레디아] |
또 2015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은메달을 수상하며 바쁘게 활동 중인 피아니스트 조지 리, 2015년 윤이상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했던 첼리스트 제임스 킴, 2017년 제네바 콩쿠르 작곡 부문에서 우승한 작곡가 최재혁이 새롭게 참여한다.
조지 리는 "디토 페스티벌에 대해 많이 들어봤다.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페스티벌이라더라. 지난해 용재 오닐을 시애틀에서 만나 제안받아 참여하게 됐다. 멋진 연주자들과 함께하는 페스티벌을 거절할 이유가 없다"고 참가 이유를 밝혔다.
제임스 김 또한 "뛰어난 뮤지션들과 함께 하게 돼 영광이다. 클래식을 대중에 소개하고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열정을 보여준 분들이라 더 존경하고 있다. 10년 전 보스턴에서 유치엔과 조지를 만나 밥을 먹을 때는 이런 순간을 상상도 못했다. 함께 초청돼 영광"이라고 전했다.
앙상블 디토는 마지막 시즌을 맞아 지난 12번의 시즌 동안 디토가 관객과 나눈 빛나는 순간을 기억하며 하이라이트를 모은 '디토 연대기'를 들려준다. 디토 페스티벌 공연 중 가장 도전적인 시리즈였던 현대음악 콘서트 '디퍼런트 디토'도 다시 선보인다. '디퍼런트 디토'에서는 작곡가 최재혁이 작곡한 세 곡과 메시앙의 '시간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가 공연된다.
최재혁은 "영광스럽게도 1부가 모두 제 곡으로 꾸며졌다. 첫 번째 곡은 바이올린곡을 용재 오닐을 위해 비올라로 편곡한 '셀프 인 마인드1(Self in Mind1)'다. 두 번째는 제임스를 위해 특별히 첼로 솔로곡을 작곡했다. 첫 번째 곡이 구름 위에 떠있는 시간이 멈춰있는 듯한 느낌이라면, 두 번째 곡은 폭력적이고 못생겼지만 여기서 오는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했다. 마지막은 앙상블을 위해 앞선 두 곡의 미학이 적절하게 균형잡힌 곡을 선보인다. 시간에 대한 환상과 그걸 배반하는 폭력성에 대한 곡"이라고 설명했다.
'2019 디토 페스티벌' [사진=크레디아] |
올해는 경기도 고양 아람누리에서도 디토 페스티벌이 펼쳐진다. 지난 페스티벌에서 1000명의 지역 청소년들이 앙상블 디토와 함께 연주한 천인음악회를 통한 인연이 이번 페스티벌로 확장됐다.
마지막으로 용재 오닐은 "2004~2005년쯤, 에머슨 현악 4중주가 한국에 와서 볼 기회가 있었다. 사람이 너무 없어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조수미나 서울시향 공연 때는 홀이 꽉 차는데 유독 실내악을 보러오는 사람이 없는 것에 의문을 가지고 디토가 시작됐다. 그때와 비교해 현재는 훨씬 나아졌다"며 "실내악은 화려하거나 블록버스터 같은 느낌은 없지만 가장 깊이있고 친밀하게 관객과 소통하는 장르다. 아쉬운 점도 많고 실수도 많았다. 아이디어가 많았지만 다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누군가 젊고 아이디어가 많은 또다른 분이 제 뒤를 이어나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2019 디토 페스티벌'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오는 19일 앙상블 디토 리사이틀 '디토 연대기', 28일 디퍼런트 디토 2019 '메시앙 그리고 최재혁'이 공연된다. 고양아람누리에서는 오는 22일 앙상블 디토 리사이틀 '디토 연대기', 27일 다니엘 정 리사이틀, 29일 디체 콘체르토 콘서트 '디토 meets 고양시 교향악단'이 공연된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