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대한민국임정수립 100주년 기념
윤이상‧한스 아이슬러 등 한국·독일 대표 작곡가 작품 연주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주독일한국문화원(원장 권세훈)은 오는 6월 1일 베를린 필하모니 체임버홀에서 한‧독 오케스트라 공연 '베를린 트리프트 코리아'를 독일 캄머심포니 베를린와 공동 개최한다.
서울 튜티 앙상블 [사진=주독일한국문화원] |
이번 연주회는 분단이라는 같은 아픔을 가진 양국의 오케스트라가 만나 독일의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과 대한민국의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에 해당하는 2019년도의 의미를 기념하고 축하하는 자리다. 평화와 화합을 염원하고자 마련된 자리인만큼 한국에서는 '서울 튜티 앙상블'이, 독일에서는 '캄머 심포니 베를린'이 참여해 두 나라의 오케스트라가 만들어낸 하나의 소리를 선보인다.
특히 이번 연주회는 두 오케스트라가 2019년도가 가진 양국의 역사적 의미를 바탕으로 1년에 걸쳐 함께 기획한 프로젝트라 의미가 남다르다. 두 오케스트라는 지난 한 해 한국과 독일의 작품을 연구하며 '평화'를 주제로 이번 연주회를 기획했다. 양국의 음악 연주를 통해 동·서양의 아름다움을 모두 담아낸 화합을 보여주며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인이 공감할 현대 클래식 음악을 선보일 예정이다.
먼저, 한국 작품으로는 윤이상의 '오보에, 하프, 소관현악을 위한 이중협주곡'과 백영은의 '안식하는 이의 노래'가 펼쳐진다. '오보에, 하프, 소관현악을 위한 이중협주곡'은 한국의 정치적 상황과 민족의 분단 및 통일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룬 작품으로 민족화합과 한반도의 평화를 소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의 전통악기 대금 협주곡 '안식하는 이의 노래'는 아픔을 겪은 양국의 국민들을 위로하고 평화로운 시대에서 자손들이 살아가길 바라는 뜻이 담긴 곡으로, 청주시립국악단의 박노상 대금연주자가 참여할 예정이다.
독일 작품으로는 한스 아이슬러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5개 소품'이 무대에 오른다. 이 곡은 중일전쟁을 고발하는 내용으로 1939년 뉴욕에서 상영된 다큐멘터리 영화 'The 400 Million'에 삽입됐다.
연주에 참여하는 음악가들도 눈길을 끈다. 지휘로는 '캄머 심포니 베를린'의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인 유르겐 부른스가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협연자로는 앞서 언급된 한국의 대금연주자 박노상을 포함, 유럽 무대에서 활동 중인 소프라노 서예리, 체코 오보이스트 나이젤 쇼어, 프랑스 하피스트 뭐드 에덴발드 등이 함께한다.
'서울 튜티 앙상블'은 1988년 창단돼 지난 31년간 정직한 소리로 꾸준히 한국 클래식 음악계를 이끌고 있다. 이번에 참여하는 '캄머 심포니 베를린'과는 지난 2016년 베를린 콘체르트 하우스에서 '서울과 베를린의 만남' 연주회를 개최한 바 있다.
1991년 지휘자 유르겐 부른스가 코미세 오페라하우스, 도이치 오페라하우스 등 베를린 주요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는 친구들과 창립한 '캄머 심포니 베를린'은 클래식 레퍼토리뿐 아니라 현재 잘 연주되지 않는 20세기 모던클래식 작품을 연주, '신선하고 다양한 레퍼토리가 매력적이다'란 호평을 받고 있다. 1998년 첫 음반 발매 후 꾸준히 음반을 내고 있으며, 유럽과 아시아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15년 예술의 전당에서 연주를 선보였다.
한편, 이번 연주회는 독일과 한국의 문화·예술적 네트워크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단순히 한국 오케스트라의 해외 공연이 아닌 프로그램, 연주자, 악기 구성 등 연주회의 모든 부분에서 국제적 교류와 협업을 실현한 셈이다. 한국의 전통악기인 대금과의 협연을 통해 국악의 매력과 더불어 서양음악과의 조화를 선보여 한국 클래식의 세계화에 좋은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로 다른 음악적 전통을 가진 두 나라의 클래식 단체가 과연 어떤 협연으로 서로를 위로하는 하모니를 선보일지 관심을 모은다.
서울 튜티 앙상블은 베를린 공연 이후 독일 중부 만하임 바로크 성 '기사의 방'과 슈투트가르트 리더 할레에서 독일 순회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