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이 재점화된 데 따른 파장이 외환시장을 덮쳤다.
중국 위안화가 4개월래 최저치로 밀렸고,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엔화가 3개월래 최고치로 뛰었다. 9~10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진행되는 양국의 무역 협상 결과에 따라 환율이 요동 칠 전망이다.
중국 위안화 [출처=블룸버그] |
9일(현지시각)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이 109.6엔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환율은 지난 3월 이후 처음으로 110엔 선 아래로 밀린 셈이다.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이달 들어 1% 이상 치솟았다. 지난 주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000억달러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 발언이 엔고에 불을 당겼다.
반면 위안화는 브레이크 없는 하락을 연출하고 있다. 이날 역내 시장에서 위안화는 달러화에 대해 0.6% 하락했고, 이번주 들어 낙폭이 1.3%로 확대됐다.
홍콩 역외시장에서 달러/위안 환율은 장중 6.86위안까지 상승, 200일 이동평균선을 뚫었다. 트레이더들의 하락 베팅이 쏟아진 결과다.
투자자들은 이날 본격화되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담판을 주시하는 한편 위안화 추가 하락에 무게를 두는 움직임이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키트 저크스 애널리스트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중국 위안화가 글로벌 외환시장의 결정적인 변수”라며 “위안화 움직임이 주요 통화의 등락을 쥐락펴락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관세 전면전 재개 여부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무역 협상을 앞두고 양측은 날카로운 기싸움을 벌였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딜을 깨뜨렸다’고 주장하며 관세 인상을 단행할 뜻을 또 한 차례 밝혔고, 중국은 이에 상응하는 맞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한 상황.
트럼프 행정부가 10일 실제로 관세를 올리는 한편 양국의 무역 냉전이 재개될 경우 위안화를 필두로 외환시장이 파열음을 낼 것으로 월가는 내다보고 있다.
DBS 뱅크의 필립 위 전략가는 투자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관세 인상이 실제로 이뤄질 경우 달러 당 위안화 환율이 7.2위안까지 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이 3250억달러 수입품에 대해서도 추가로 관세를 적용할 경우 위안화 환율이 8.1위안까지 치솟을 전망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미즈호 은행의 켄 청 외환 전략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무역 협상의 극적 타결과 결렬 가능성이 50 대 50”이라며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단기적으로 위안화 환율이 7위안 선에 근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달러/엔 환율은 단기적으로 3월 저점인 109.5엔 선의 지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의견을 모으고 있다. 3월 저점이 뚫릴 경우 비교적 단기간에 환율이 108엔까지 밀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울러 325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관세가 시행될 경우 지난해 저점인 104.7엔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협상에서 극적 타결이 이뤄질 경우 달러/엔 환율이 114엔까지 반등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