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터키의 정국 혼란이 리라화를 또 한 차례 강타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스탄불 지방 선거의 재개표에 이어 부정 선거 수사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면서 투자 심리를 냉각시켰다.
터키 리라화 [사진=블룸버그] |
미국을 필두로 선진국 중앙은행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로 캐리 트레이드에 뛰어들었던 트레이더들은 된서리를 맞았다.
8일(현지시각) 터키 리라화는 이스탄불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1% 선에서 하락한 데 이어 런던 외환시장에서 낙폭을 1.5%로 확대했다.
지난달 31일 지방 선거에서 사실상 패배한 에르도안 대통령이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은 채 정치권 마찰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투표함에서 도둑질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스탄불 선거구 전역에 걸친 부정 선거를 수사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재개표가 진행중인 가운데 그는 재선거를 강행할 뜻을 내비치며 투자자와 터키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크레디트 아그리콜는 보고서에서 “지방 선거 이후 며칠간 리라화의 안정적인 움직임은 환각에 불과했다”며 “앞으로 악재들이 리라화를 압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달러화 자금을 조달해 터키 자산을 매입한 캐리 트레이더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TD증권에 따르면 터키의 3개월 예금 금리는 무려 28%. 정국 혼란을 감안하더라도 매력적인 수익률이라고 판단한 트레이더들은 달러화로 자금을 빌려 고수익률을 터키 자산을 매입하는 이른바 ‘캐리’ 전략을 적극적으로 취했다.
하지만 리라화의 브레이크 없는 하락에 식은땀을 흐리고 있다. 신흥국 전반에 걸쳐 경기 회복 신호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해당 지역의 통화와 함께 리라화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일부 트레이더들은 옥석 가리기에 나섰다. 펀더멘털이 뒷받침되지 않는 신흥국 통화 및 금융자산의 비중을 축소하는 움직임이다.
콜롬비아 트레드니들의 에드 알 후사니 채권 및 외환 애널리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일부 고수익률 자산을 축소하고 있다”며 “터키 리라화 이외에 아르헨티나 페소화와 이집트 파운드화 등 손바뀜이 지극히 제한적인 통화의 비중을 줄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정치권 리스크를 빌미로 한 터키 금융자산의 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라보뱅크의 피오르트 매티스 신흥국 외환 전략가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2주간 최저치로 밀린 리라화가 정치권 혼란에 따른 하락 압박에 시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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