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청문회
野 "자료미제출 심각…정회하자"
與 "병원기록까지 왜 요구하나"
[서울=뉴스핌] 이지현 기자 =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후보자에 대한 검증보다 자료제출 거부에 대한 시비로 난항을 겪었다. 이날 청문회는 1시간 30분가량 지나도록 주질의에 들어가지도 못한채 의사진행발언만 계속 이어졌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중기위) 는 27일 오전 10시 박영선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었다. 하지만 시작부터 박 후보자의 자료제출을 놓고 여야 간 격한 공방이 오갔다.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노트북 전면에 '박영선, 자료제출 거부! 국민들은 박영선 거부!'라고 적힌 인쇄물을 붙인채 인사청문회에 임했다. 일부 보좌진들도 같은 종이를 들고 서 있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이에 강력하게 항의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종배 자유한국당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간사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의 자리에 '박영선, 자료제출 거부! 국민들은 박영선 거부!'라고 적힌 피켓이 자리하고 있다. 2019.03.27 kilroy023@newspim.com |
이종배 자유한국당 간사는 "우선 인사청문회에 임하는 후보자의 자세를 지적할 수밖에 없다"면서 "후보자를 둘러싼 야당 대표나 청문위원들이 의혹을 제기했는데 이에 대해 허위사실이라면서 법적 조취를 취하겠다고 했다. 어떻게 청문위원에게 재갈을 물리고 겁박을 하냐"고 강하게 항의했다.
그는 또 "본 의원이 101건의 자료제출을 요구했는데 31건을 미제출했다"면서 "적십자 회비 납부내역, 외환거래 신고내역, 생각연구소 연구용역 수주 내역 등 어려운 것도 아닌데 왜 내지 않느냐"고 따졌다.
윤한홍 한국당 의원도 "최근 5년간 전통시장에서 사용한 금액이 82만원에 불과하다고 했더니 '신용카드 결제금액만 산출했다, 가짜뉴스'라면서 법적조치를 하겠다고 한다"며 "국세청 자료 보셨나. 전통시장 사용금액란이 신용카드와 현금사용란이 분리가 되어 있다. 신용카드 사용액만 계산했다는 그 말이 가짜뉴스다"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자료를 주면 되는건데 이를 내지도 않고 가짜뉴스라고 하면 인사청문회를 어떻게 하라는 거냐"며 "제가 요구한 전통시장 사용금액, 배우자가 소유한 오피스텔 수익과 세금납부내역 등은 개인 사생활이어서 줄 수 없는 자료라고는 생각 안 한다"고 덧붙였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역시 "후보자가 의원 시절 대표발의했다는 49건의 중소기업 관련 법안 목록을 달라고 했는데 열흘이 지나도록 주지 않다가 오늘 아침에 왔다"며 "정책자료를 요청했는데 그에 대한 자료 협조도 제대로 안 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박 후보자의 자료제출이 완료될 때까지 정회를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홍일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19.03.27 kilroy023@newspim.com |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오히려 야당 의원들의 지나치게 사생활적인 부분까지 자료제출을 요구하며 망신을 주기 위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위성곤 민주당 의원은 "자료제출 목록을 보니 자녀 학비 및 교육비 지출내역, 최근 10년간 후보자가 한 축사와 격려사 전문 일체, 후보자의 혼인관계 증명서, 실제 결혼날짜 및 혼인신고 날짜, 심지어 후보자가 유방암 수술을 받은 일시와 병원까지 제출하라고 한다"며 "이 목록들을 전부 공개해달라. 그래서 이 목록이 인사청문회에 꼭 필요한 것인지 평가해달라"고 주장했다.
이훈 의원도 "후보자로서 차마 감내하기 어려운 부분까지 요구하면서 제출을 안했다고 정회를 요구하냐"면서 "후보자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서 자질과 능력, 정책역량을 갖췄는지 검증하는 자리에서 수술받은 내용이 왜 궁금한가. 이런걸로 정회를 하자는 건 청문회를 정치적으로 끌고 가자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이에 대해 성일종 한국당 의원은 "과거 한상대 검찰총장 청문회때 박 후보자는 병원기록을 요청했다. 병원에서 갑질이 있었는지 궁금사항을 점검해 보려고 한 것"이라며 "또 김태호 후보자 인사청문회때 박영선 후보자는 부인과 형제자매의 이름, 생년월일, 직업까지 다 요구했고 후보자 자녀의 초중고 대학 입학일자부터 졸업일자까지 모두 요청했다"고 언급하며 역지사지로 이런 점들을 알아보려고 하는 의원들에 대해 성실하게 임해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산자중기위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지난 26일 박 후보자가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허위답변까지 일삼은데다, 여당이 증인채택을 훼방하고 있다며 청문회 일정 연기를 요구했다.
더불어 청문회 당일 오전에는 한국당 의원들이 자료제출 거부를 명목으로 청문회 자체를 보이콧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치열한 공방이 예고되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홍일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에게 선서문을 제출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2019.03.27 kilroy023@newspim.com |
현직 국회의원이기도 한 박영선 후보자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청문회 저격수'로 불리며 고위공직 후보자에 대한 날카로운 검증을 해왔다. 하지만 정작 본인의 청문회에서는 자료제출이 미진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박 후보자는 이와 같은 여야 의원들의 언급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황교안 대표님이 집을 몇채 가지고 있다고 언급한 부분은 전셋집과 월셋집까지 다 포함해 한 것"이라며 "145건의 미제출 자료들 중에는 시간이 너무 경과해 없는 자료들이 대부분이며 개인적인 신상과 관련된 부분들이 지나치게 많았다. 그 가운데 제가 가지고 올 수 있는 부분은 다 찾아서 가져와 열람하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