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석 달도 안돼 운항 중단...손해 불가피
이스타항공 "승객 안전 위해 결단"
[서울=뉴스핌] 유수진 기자 =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이 야심차게 들여온 B737-MAX8 때문에 곤혹스럽다. 지난해 말 국내 최초로 도입할 때만해도 '효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불과 석 달도 지나지 않아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이스타항공 B737-MAX8 기종. [사진=이스타항공] |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이날부터 B737-MAX8 여객기 2대의 운항을 잠정적으로 중단한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사장은 전날 김정렬 국토교통부 2차관과 만나, 안전에 대한 우려가 해소될 때까지 항공기 운항을 중지하고 정부의 안전점검에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해당 항공기가 투입되던 △인천-나리타 △인천-미야자키 △인천-오사카 △인천-치토세 △인천-후쿠오카 △인천-방콕 △인천-푸꾸옥 등 다수의 노선에 비상이 걸렸다. 일단 해당 노선에 B737-800 등 대체 항공기를 투입하고, 타항공사 운항편을 안내하는 등 승객 불편 최소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앞서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말 국내 항공사 최초로 '차세대 친환경 항공기'로 손꼽히는 B737-MAX8을 들여오며 경쟁사들의 부러움을 샀다. 미국 보잉사의 스테디셀러이기도 한 이 기종은 첨단 기술 적용으로 동급 항공기 대비 20% 가량 연료 효율성이 좋아 주목을 받았다.
특히 이스타항공은 해당 기종 도입을 기념해 성대한 축하 행사를 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최 사장은 "국내 최초로 B737-MAX8 기종을 도입했다"며 "한국 LCC 시장의 새로운 변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사전 이벤트를 통해 선정된 일반 고객 100여명도 함께 참석해 이스타항공의 비상을 축하했다.
이후 B737-MAX8은 이스타항공이 부산-싱가포르 노선 운수권을 따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해당 노선의 거리는 약 4600km로 국내 LCC들의 주력기종인 B737-800로 가려면 좌석 수를 3분의 1 가량 제한해야 한다. 하지만 B737-MAX8은 항속거리가 6000km 이상으로, 전좌석에 승객을 태우고도 충분히 운항이 가능해 좋은 점수를 받았다.
이스타항공은 이러한 장점을 적극 어필하고 이 노선에 선제적으로 부정기편을 띄우는 등 노력한 끝에 경쟁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최근 몇달 새 잇따른 사고로 B737-MAX8의 안전 문제가 도마에 오르자 비행기를 멈추게 됐다.
이번 결정으로 이스타항공은 막심한 손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소한 국토부의 안전점검이 끝나고 운항에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될 때까지 비행기 두 대를 그냥 세워둬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토부가 안전이 확보돼야 추가 도입을 허가하겠다고 밝힌 만큼, 기재 확보 계획에 차질이 생길 우려도 커졌다.
만약 이 과정이 길어진다면 향후 사업 계획 등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이스타항공은 국내선·국제선를 막론하고 다수의 노선에 B737-MAX8을 투입해왔으며, 올해 추가로 기재를 들여와 싱가포르 등 중거리 노선 개척에 적극 나설 방침이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이번 사태에 휘말리며 당장 B737-MAX8을 대신해 대체기를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스타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는 총 20대(B737-MAX8 2대 포함)로, 대체편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스케줄에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승객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에 따라 손해를 감수하고 B737-MAX8 기종의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며 "예약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체기 투입 등에 최선을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uss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