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지난달 중국의 수출입 급감에 전세계가 바짝 긴장하는 표정이다. 중국발 무역 침체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는 경고다.
가뜩이나 지구촌 실물경기가 가라앉는 상황에 중국의 최근 무역 지표는 침체의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수출입 선박 [사진=블룸버그] |
이달 하순으로 예상됐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연기됐다는 소식이 투자자들의 경계감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지난달 중국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7% 급감, 3년래 최대 폭으로 위축된 한편 수입 역시 5.2% 줄어들며 3개월 연속 후퇴한 것으로 나타나자 시장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제의 위기가 한 발 더 가까워졌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ANZ의 레이몬드 영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중국의 2월 수출입 지표는 소위 무역 침체가 현실화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41억2000만달러를 기록, 시장 예상치인 263억8000만달러에 크게 못 미쳤다. 최근 상황이 지속될 경우 올해 하반기 중국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 위안화에 하락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중할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6.0~6.5%로 낮춰 잡았다. 월가의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6.6%로 후퇴한 성장률이 올해 6.2%로 떨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중국의 경기 한파는 이미 아시아 주변 국가로 확산되는 조짐이다. 대만의 2월 수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8.8% 급감했다. 이는 2016년 5월 이후 최대 하락이다. 아울러 대만 수출은 4개월 연속 감소했다. 특히 대중 수출 규모가 10.4% 급감한 것으로 파악됐다.
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주요국 역시 반도체를 포함한 IT 상품을 중심으로 수출 타격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미국 ABC뉴스는 원자재 업계를 중심으로 호주 수출업계가 이른바 ‘차이나 리스크’에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밖에 블룸버그는 중국과 미국의 무역 전쟁에 따른 충격이 강타, 아시아 지역의 주요 항만에 한파가 두드러진다고 보도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가까운 시일 안에 턴어라운드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루이스 큐지스 애코노미스트는 CNBC와 인터뷰에서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가 강행한 폭탄 관세에 따른 후폭풍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중국의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보다 공격적인 부양책이 필요하지만 이미 부채 버블이 위험 수위에 이른 만큼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편 시장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무역 담판 연기 소식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오는 27~28일 플로리다 마라라고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양국 정상의 회동이 취소됐다.
시 주석의 유럽 순방이 배경으로 전해졌지만 주요 외신들은 비관세 쟁점과 중국의 합의 이행 강제를 둘러싸고 세부 사항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데 따른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새로운 회담 일정은 결정된 바가 없다는 것이 소식통의 얘기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 결과가 ‘빅 딜’ 혹은 ‘노 딜’이 될 것이라고 밝혔고,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중 무역과 관계 없이 미국 경제는 탄탄하다”고 말해 투자자들 사이에 다양한 해석을 부추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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