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의 도시' 양저우에 뿌리둔 셰푸춘
천연 재료에 중약 성분 함유한 파우더 명성 자자
청나라 조정에 공납, 1991년 김일성 방중 선물
[서울=뉴스핌] 김은주 기자 = ‘미인의 도시’로 알려진 중국 양저우(揚州).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미인들을 배출한 도시답게 중국 최고의 명성을 가진 천연 화장품 기업을 탄생시켰다. 바로 180여 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토종 화장품 브랜드 ‘셰푸춘(謝馥春)’이다.
토종 화장품 브랜드 ‘셰푸춘’ [사진=바이두] |
오늘날 셰푸춘은 중국 상무부가 역사적, 문화적 의미가 있는 전통 기업에만 특별히 선사하는 ‘중화 라오쯔하오(老字號)’라는 칭호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다.
이러한 우수 토종 화장품 브랜드의 탄생 배경에는 예부터 명성이 자자했던 양저우의 화장품과 깊은 관련이 있다.
중국 고전 명작소설 ‘홍루몽’에는 양저우의 화장품을 극찬한 대목이 등장할 정도다. 홍루몽 44편을 보면 “(등장 인물) 평아(平兒)가 손바닥에 올려놓고 관찰하니 분가루가 희고 핑크빛이 돌며 향기롭다. 얼굴에 발라도 균일하게 발리면서 촉촉해 다른 화장품과 차원이 다르다”고 서술되어있다.
또 명·청 시기에 쓰인 ‘양저우 지방지(揚州方誌)' 서적에도 “천하에 양저우 분가루에 버금가는 것은 없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셰푸춘’ 설립 연원은 청조 시기인 183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창업자 셰훙예(謝宏業)는 약재 점포에서 일할 당시 한 화장품 점포 점원이 자주 화장품 향료로 약재를 사 가는 것을 보고 창업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그는 자신의 성을 딴 셰푸춘이란 화장품 점포를 낸다.
점포 이름을 지을 당시 중국어에서 셰는 몰락, 쇠락 부정적 의미가 있기 때문에 이를 상쇄해줄 ‘푸춘(馥春)’이라는 글자를 더했다. 푸는 향기롭다는 뜻이고, 춘은 봄을 가리킨다. 향기로운 봄이란 의미다. 푸춘은 ‘봄이 돌아오다(回春)’라는 은유적 의미도 지닌다. 셰푸춘의 ‘푸’가 돌아오다라는 의미의 ‘푸(復)’와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문을 연지 얼마 안돼 천연 원료에 중약 성분이 들어간 셰푸춘의 파우더는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 셰푸춘의 뛰어난 품질은 청나라 조정에까지 소문이 나면서 공납용으로 쓰인다. 민가에서는 셰푸춘을 ‘관용(官用) 파우더’로 불렸다. 또 파우더 케이스 모양이 거위알과 비슷해 일명 ‘거위알 파우더’란 별칭도 붙었다.
셰푸춘의 대표 파우더 화장품 ‘거위알 파우더’ [사진=바이두] |
그러던 중 1853년 근대화 운동인 태평 천국 운동이 양저우를 비롯한 남부 지역을 휩쓸면서 셰푸춘 점포도 문을 닫게 된다. 셰훙예 일가는 이후 다시 양저우에 점포를 열고 새로운 공법을 적용한 파우더를 선보이며 셰푸춘은 재부흥기를 맞는다.
중화 민국 시기 중국 대표 여류 작가인 장아이링(張愛玲)은 셰푸춘의 파우더 없이는 화장을 하지 않았다는 유명한 일화도 전해진다.
이어 셰푸춘의 명성은 중국을 넘어 전 세계로 뻗어 나간다. 1915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파나마 만국박람회’에서 중국 명주 마오타이주와 함께 대상을 거머쥔다. 저우추취(走出去), 즉 중국기업 해외진출의 프론티어격인 셈이다.
셰푸춘은 지난 1991년 중국을 방문한 김일성 북한 주석에게 기념 선물로 전해지면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셰푸춘은 자금난과 기술적 문제 등의 연유로 한때 경영난을 겪기도 한다. 2004년에는 채무 위기까지 겹치면서 생산 가동을 멈춘적도 있다. 2005년 양저우 셰푸춘화장품유한공사로 재출범하면서 라오쯔하오의 명맥을 오늘날까지 이어오고 있다.
셰푸춘은 현재까지도 옛 공법을 고수하며, 중국 최초의 화장품 기업이 만든 천연 화장품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거위알 파우더’를 비롯해 방향제 주머니, 헤어 오일 3대 제품이 가장 인기 있는 제품으로 꼽힌다.
셰푸춘의 인기 화장품 세트 [사진=바이두] |
지난 2011년 셰푸춘은 시대적 흐름에 맞게 기존의 오프라인 판매를 온라인 판매로까지 확장하며 판매 루트에 다변화를 시도한다. 이어 2013년에는 중국 대표 메신저인 위챗에 공식 계정을 개설해 브랜드의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최근에는 알리바바 온라인 쇼핑몰 티몰에 입점해 6월 18일에 열린 대대적 브랜드 행사 때 토종 기업 중에서도 최고 인기 브랜드 중 하나로 등극하기도 했다.
eunjoo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