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의 건강보험공단·국세청 자료 열람 동의 요청 '꼼수'
과거 병력 확인 후 최소 보험금 지급 의도..."거절해도 약관 위반 아냐"
[편집자] 이 기사는 2월 12일 오전 07시00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편집자] 보험은 불의의 사고시 재정적인 도움을 받기 위해 가입한다. 그런데 정작 소비자들은 보험금을 잘 받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받아야 했지만 못받고 넘어간 보험금도 부지기수다. 사실 보험사는 보험금 지출을 줄일수록 해피하다. 수익을 높이는데 주력한다. 보험금 지급을 두고 소송도 불사한다. 이에 뉴스핌은 보험 소비자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보험금을 더 잘 받을 수 있는지,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 지 깨알팁에서부터 빅이슈까지 하나하나 파헤쳐보기로 했다.
[서울=뉴스핌] 김승동 기자 = #. 박영준 씨(34세·남)는 최근 허리가 아파서 병원을 찾았다. 전문의는 허리디스크(추간판탈출증)로 약물치료·도수치료 등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박 씨는 가입해 둔 건강보험을 확인하고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러자 해당 보험사는 현장조사자를 통해 박 씨에게 건강보험공단 급여내역이나 국세청 연말정산 자료를 확인하면 보험금 지급이 더 빠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험금이 더 많이 지급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럴 때 박 씨는 어떻게 해야할까.
보험 가입시엔 감기부터 암까지 모든 질병에 보상이 나올 것 같지만 막상 보험금을 청구하면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을 줄이기 위한 방법찾기에 주력한다. 이에 일부 보험사의 현장조사자는 가입자에게 건강보험공단 급여내역을 발급받아 제출하지 않으면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보험사의 급여내역 확인 속내는 보험금을 줄일 명분을 찾기 위해서다. 이 같은 내역 확인은 가입자 의무사항이 아니다. 고객들의 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사진=셔터스톡] |
◆ 건강보험공단·국세청 자료 열람 동의 의무 아니다
보험 및 손해사정업계에 따르면 일부 보험사들은 보험금을 청구한 가입자에게 건강보험공단의 급여내역이나 국세청의 연말정산자료를 확인한 후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런 서류를 확인하지 못할 경우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곳도 있다. 더러는 보험 약관에 ‘서류 제공 의무화’ 항목이 있다고 압박하는 경우도 있다.
우선 약관을 보자. ‘계약자, 피보험자 또는 보험수익자는 알릴의무 위반의 효과 및 보험금 지급사유 조사와 관련하여 의료기관 또는 건강보험공단, 경찰서 등 관공서에 대한 회사의 서면에 의한 조사요청에 동의하여야 합니다. 다만, 정당한 사유 없이 이에 동의를 하지 않을 경우 사실 확인이 끝날 때까지 회사는 보험금 지급지연에 따른 이자를 지급하지 않습니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해당 서류를 보험사에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된 게 아니다.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조사에 성실히 임하라는 내용 정도다.
보험 가입자는 건강보험공단이나 국세청 자료를 공개할 의무가 사실 없다. 심지어 해당 자료는 본인 이외에 열람이 불가능하다. 보험사가 건강보험공단에서 급여내역을 발급 받을 때 발급용도를 ‘보험사 제출용’이 아닌 ‘본인 확인용’으로 발급받아야 한다고 설명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건강보험공단의 급여내역이나 국세청의 연말정산 자료에는 과거에 받았던 의료비가 기재돼 있다. 이런 내용을 확인하면 보험사들은 보험금을 청구한 가입자가 과거 어떤 질병을 치료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즉 3년 이내 보험금을 청구한 질병과 연관된 질병에 대해 치료한 이력을 찾아 이를 기준으로 지급하는 보험금을 줄일 목적인 것이다.
만일 허리디스크로 보험금을 청구한 박 씨가 과거에 거북목으로 인한 도수치료를 받았다면 허리와 목은 밀접한 관계가 있으니 보험금을 적게 지급하거나 아예 지급할 수 없다고 할 수도 있다.
또 보험사는 과거 병력을 확인할 수 없을 경우, 보험금 지급이 늦어질 수 있다며 보험약관의 ‘계약자, 피보험자, 또는 보험수익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지급이 지연된 때에는 해당기간에 대한 이자는 더하여 지급하지 않습니다’는 부분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는 보험금 지급에 대한 이자만 지급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보험금을 아예 지급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또 약관에는 ‘보험사가 서류를 접수한 날로부터 3영업일 이내에 보험금을 지급합니다. 다만 보험금 지급사유의 조사나 확인이 필요한 때에는 접수 후 10영업일 이내에 지급합니다’고 적혀 있다. 만약 이 기간이 지나면 최대 10% 이상의 지연이자를 더 받을 수 있다.
장동호 해밀손해사정 대표는 “건강보험공단이나 국세청 자료는 본인 이외에 열람이 불가능한 자료”라며 “보험사는 보험금 청구자의 과거 병력을 확인, 보험금을 줄일 명분을 찾기 위해 관련 자료를 확인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입자 본인에게 불리할 수 있는 자료를 요청할 경우 이를 이행할 의무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험사는 보험금 심사를 위해 손해사정회사 등에 손해사정을 의뢰한다. 현장조사는 손해사정사의 고유업무지만 실제는 손해사정회사의 보조인들이 많다. 현장조사자에게 유자격자인지 확인하고, 정식 손해사정사가 아니라면 교체를 요청하는 게 현명하다. 손해사정사는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때문에 좀 더 공정한 심사를 진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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