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이 소위 ‘R의 공포’에 빠졌다.
월가의 투자 구루는 물론이고 기업 경영자와 소비자까지 경기 침체(Recession)이 임박했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월가 [사진=로이터 뉴스핌] |
중국과 독일 등 주요국 경제의 후퇴가 두드러지는 데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 리스크와 장벽 건설을 둘러싼 정국 혼란이 침체의 도화선으로 꼽힌다.
11일(현지시각) 미국 투자 매체 CNBC의 조사에서 월가의 펀드매니저와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12개월 사이 경기 침체 가능성을 26%로 점쳤다. 이에 따라 수치는 3개월 연속 상승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이날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침체로 향하고 있고, 이번에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여력이 제한적인 만큼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뱅가드의 그렉 데이비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2019년과 2020년 침체 가능성을 각각 35%와 50%로 제시하고, 현금 비중 확대를 권고했다.
이와 별도로 듀크대학이 시장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향후 1~2년 이내 침체 가능성을 예상했다.
잿빛 전망은 월스트리트에서 이른바 메인스트리트로 번지는 양상이다. CNBC의 소기업 신뢰지수가 지난해 3분기 고점 62에서 최근 58로 떨어진 가운데 기업인들 53%가 12개월 이내 침체를 예상했다.
또 시장조사 업체 서베이머니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 1만명 가운데 내년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는 이들이 63%에 달했고, 침체가 현실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10%에 그쳤다.
서베이머니가 집계하는 소비자신뢰지수는 지난 2017년 12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상태다.
골드만 삭스에 이어 모간 스탠리까지 기업 이익 감소 전망이 꼬리를 물고 있고, 기업 감원 소식도 끊이지 않는다.
연준이 금융권 스트레스 테스트 항목에 실업률 급상승을 포함시킨 것은 국내외 실물경기 후퇴와 무역 정책 리스크 속에 장기간 호조를 보였던 고용시장이 꺾일 가능성을 제시한 의미로 풀이된다.
지난해 연말 쇼핑 시즌 이후 소매업계 실적 부진은 2017년 세제개혁 효과가 약발을 다했다는 주장에 설득력을 실어주고 있다.
장벽 예산을 둘러싼 정치권의 교착 국면이 이어지는 가운데 15일 이후 셧다운 사태가 재개될 경우 경제 펀더멘털에 작지 않은 충격이 발생할 전망이다.
다만, 지나친 공포가 기업 투자와 소비자 지출을 가로막아 침체 리스크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모하마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 자문관은 CNBC와 인터뷰에서 “곳곳에 번진 침체 공포가 가장 커다란 리스크”라며 “우려가 현실화되려면 해외 경제가 이보다 훨씬 급격하게 악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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