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현정은 회장에 "열릴듯 열리지 않아…결국은 잘될 것"
서정진 "건강을 위해 저희가 약 대드릴 수 있다" 좌중에 웃음
이재용 "삼성 공장·연구소 와달라", 文 "투자한다면 언제든지"
최태원 "삼성이 이런 말 할 때 무섭다", 이재용 "영업비밀인데"
文, 산책 끝내며 현정은 회장에 "속도 내겠다" 의미심장 발언
[서울=뉴스핌] 이고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요즘 현대그룹이 뭔가 열릴 듯 하면서 열리지 않고 있는 희망고문을 받고 있다"면서 "하지만 결국은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를 계기로 박용만 대한상의회장, 4대 기업(삼성·현대차·SK·LG) 총수,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방준혁 넷마블 의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과 함께 25분 가량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며 이 같이 말했다.
이는 남북 경제협력이 진전되지 않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산책이 끝나고 여민1관으로 들어가는 길에도 현정은 회장에게 "속도를 내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음은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과의 산책 대화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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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에 참석하고 있다. 2019.1.15 |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삼성 엘지는 미세먼지연구소가 있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공부를 더해서 말씀드리겠다. 에어컨 공기청정기 등 때문에 연구소를 세웠다. 미세먼지연구소는 엘지가 먼저 시작하지 않았나?
▲(구광모 LG 회장) 그렇습니다. 공기청정기 등을 연구하느라 만들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대통령님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십니까?
-(문재인 대통령) 못하는 거죠. 그냥 포기한 거죠.
▲(서정진) 대통령 건강을 위해서라면 저희가 계속 약을 대드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약을 잘 안먹습니다. 부작용 때문에요. 수면제도 부작용이 있습니다. 호르몬을 조절하는 거라 먹기 시작하면 계속 먹어야 합니다. 가장 좋은 수면제는 졸릴 때까지 일하는 겁니다.
-(문 대통령) 요즘 현대그룹은 희망 고문을 받고 있죠. 뭔가 열릴 듯 열릴 듯하면서 열리지 않고 있는. 하지만 결국은 잘될 것입니다.
▲(이재용) 지난번 인도 공장에 와주셨지만 저희 공장이나 연구소에 한번 와주십시오.
-(문 대통령) 얼마든지 가겠습니다. 삼성이 대규모 투자를 해서 공장을 짓는다거나 연구소를 만든다면 언제든지 가죠. 요즘 반도체 경기가 안 좋다는데 어떻습니까?
▲(이재용) 좋지는 않습니다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 거죠.
▲(최태원 SK 회장) 삼성이 이런 소리하는 게 제일 무섭습니다.
▲(이재용) 이런 영업 비밀을 말해버렸네.
▲(최태원) 반도체 시장 자체가 안 좋은 게 아니라 가격이 내려가서 생기는 현상으로 보시면 됩니다. 반도체 수요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가격이 좋았던 시절이 이제 조정을 받는 겁니다.
-(문 대통령) 우리는 반도체 비메모리 쪽으로 진출은 어떻습니까?
▲(이재용) 결국 집중과 선택의 문제입니다. 기업이 성장을 하려면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죠.
▲(서정진) 세계 바이오시장이 1500조입니다. 이 가운데 한국이 10조 정도밖에 못합니다. 저희 삼성 등이 같이하면 몇백조는 가져올 수 있습니다. 외국 기업들은 한국을 바이오 산업의 전진기지로 보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 우리 이공계 학생들 가운데 우수한 인재가 모두 의대 약대로 몰려가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는데 이제는 바이오 의약산업 분야의 훌륭한 자원이 될 수 있겠다.
▲(서정진) 헬스케어 산업이 가장 큰 산업입니다. 일본은 1년 예산의 30%를 이 분야에 씁니다. 외국 기업이 한국과 같이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은 일하는 스타일 때문입니다. 대통령께서 주 52시간 정책을 해도 우리 연구원들은 짐을 싸들고 집에 가서 일합니다. 그리고 양심고백을 안 하죠.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