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기금위,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논의 첫 자리
수탁자 책임전문위에 한진칼·대한항공 상대 적극적 주주권 행사 의뢰
[서울=뉴스핌] 김형락 기자 = 국민연금이 한진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적극적으로 주주권 행사에 나설 지를 두고 조만간 논의키로 했다.
1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오는 16일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한진칼, 대한항공을 상대로 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작년 12월 이찬진 기금위원이 제안한 주주권 행사 검토 안건과 회의 소집에 기금위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이 동의해 안건이 정식 상정됐고, 기금위가 소집됐다"고 답했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 11.56%를 가진 2대 주주다. 한진칼은 지분 7.34% 보유한 3대 주주다.
이날 국민연금 기금위는 대한항공과 한진칼이 일명 ‘땅콩 회항’과 ‘물컵 갑질’ 등 경영진 일가의 일탈 행위로 발생한 주주가치 훼손에 대해 어떤 조처를 취했는지를 기금운용본부로부터 듣고 관련 내용을 질의할 예정이다. 또 수탁자 책임전문위원회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이사 해임, 사외이사 선임 등 적극적 주주권 행사 검토를 의뢰할지 여부도 결정한다.
수탁자 책임전문위원회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는 조직이다. 횡령·배임 등 대주주 일가와 경영진의 사익 편취 행위, 낮은 배당, 계열사 부당 지원 등 주주가치 훼손 행위에 대해 논의한다. 이 위원회는 기금위 산하에 있다.
수탁자 책임전문위원회가 주주권 행사의 세부적인 내용을 검토하면, 기금위는 이를 바탕으로 다음달 중 회의를 열어 대한항공과 한진칼 주총에서 주주권 행사 여부를 최정 결정할 계획이다.
이번 기금위는 지난달 이찬진 기금운용위원(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의 안건 상정에 따른 것이다. 이 위원은 수탁자 책임전문위원회가 대항한공, 한진칼의 총수일가 이사 해임, 사외이사 선임을 위한 주주제안 등 적절한 주주권 행사에 대한 검토의견을 제출하도록 요청하자고 제안했다.
이 위원은 조 회장이 대한항공 기내물품 구입 과정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통행세를 챙겨 회사에 손실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6년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이버스카이와 유니버스에 대한항공의 일감몰아주기 등 부당지원행위로 과징금을 부과해 주주가치가 손실됐다고 지적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사진=김승현 기자] |
한편 한진칼과 한진 지분을 인수한 행동주의펀드인 KCGI는 최근 한진측의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해 기업가치를 올리겠다고 나선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 여의도 증권가에선 국민연금 역시 한진그룹 일가 편에 서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강성부 KCGI 대표가 이끄는 '강성부 펀드'가 이례적으로 한진그룹의 두 회사를 투자 대상으로 삼은 건 그만큼 명분을 중요시한 것"이라며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여론을 환기하고, 우호적 여론을 조성해야 한다는 판단에 내린 결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적극적 주주권 행사엔 자본시장법상 제약조건이 따른다.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하려면 투자 목적을 '단순투자'가 아닌 '경영참여'로 바꿔 신고해야 한다.
국민연금이 투자 목적을 경영참여로 바꾸면 '5%'룰과 '10%'룰의 적용을 받는데 이럴 경우 국민연금의 투자 전략이 노출되고 기금운용상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 5% 이상의 지분 보유 기업에 대해선 지분이 1%포인트 이상 변동될 경우 5일 이내에 신고(5%룰)해야 하고, 지분이 10%가 넘으면 6개월 이내에 발생한 해당 기업의 주식 매매차익을 반환(10%룰)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서 경영참여에 해당하지 않는 주주권을 먼저 도입하고 경영참여 주주권은 제반여건이 구비된 뒤 단계적으로 도입키로 했다. 다만 기금운용위원회가 의결한 사항은 예외적으로 행사하기로 했다.
자본시장법상 경영참여는 회사의 고유영역인 경영에 주주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각종 주주제안을 통한 이사의 선임 또는 해임 요구, 정관변경 요구, 주주총회 소집요구 등이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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